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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Mad World, Donnie Darko

도니 다코

진부한 표현이지만, 영화 <도니 다코>는 컬트 영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흥행에는 완전히 참패했지만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죠. 물론 저에게도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비교적 열린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도니 다코 (제이크 질렌할 분)가 정말로 미친 건지, 아니면 그가 정말로 시간 여행을 한 것인지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는 것인지 모든 것은 불분명할 뿐더러 감독은 영화 내내 최소한의 암시만 주고 있을 뿐입니다.


28일 06시간 42분 12초 후에 지구가 멸망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 중에서 제가 공감했던 의견 중 하나는 '80년대 미국 레이건 재임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그린 소품'이라는 것입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이와 관련된 감독의 인터뷰도 읽었던 기억이 나고요.) 그렇다면 아무래도 미국사람들이 더 공감하기 쉽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더 높은 것도 같아요. (물론 세계적으로 어떤 시대의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겠지만 말이죠.)

(반면 SF 팬들은 이 영화의 허술한 논리적 설명 때문에 실망을 하는 듯 합니다. SF 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냥 그런 영화이고, SF 라는 장르에 충실한 영화도 아니라고들 하고요.)

제가 생각하는 그 분위기를 예로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평화로운 마을, 행복해야만 하는 가족, 착한 척 하는 사람들, 위선을 덮는 껍질뿐인 도덕 의식, (레이건) 정부의 무능과 부패,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 도전이 없는 시대. 목적이 없어도 살아지는 인생, 그러나 내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존재하는 모순.

그러고 보면 - 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자면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까지가 저 '레이건 시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 벌어진 사회적인 변화 - X세대 출현 (젊은이들의 적극적 변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출범, 6.15 공동선언 등 일련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그 전까지는 많은 문제점들이 내재되어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고 곪아가고 있었던 시대였다는 거죠. 양극화란 단어도 없었고, 못사는 후진국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자위하던 시기였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정권과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대충 투표하며 평화롭게 프로야구와 농구대잔치를 즐기고 있었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도 싶거든요. (물론 단편적인 예시들입니다.)


프랭크와 함께, 도니 다코


이쯤 적고 나니 사실 <도니 다코>는 SF의 표현을 슬쩍 빌린 사회풍자극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군요. 마치 <아메리칸 뷰티>나 <매그놀리아>처럼 말이죠. 그리고, 도니 다코는 특별히 미쳤다기 보다는 (정신분열증), 그저 평범한 젊은이였다는 생각도 들고요. '현대인들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뭐 이런 문구처럼 말이죠.

The Hurting ('83)

Donnie Darko soundtrack ('02)


삽입곡으로 유명한 Mad World는 원래 1983년 발표된 Tears For Fears의 앨범 The Hurting에 수록된 곡입니다. 영화를 위해 Gary Jules가 리메이크 했죠.

Tears For Fears는 1980년대 뉴웨이브 대표 밴드 중 하나입니다. 밴드 이름에 대한 유래는 유명합니다. "아서 자노브 (Arthur Zanov)의 '근본적인 절규 요법 (Primal Scream Therapy)'에서 지을 정도로 정신분석적인 부분에 큰 관심을 가졌다." 뭐 이런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들 노래의 가사에서도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작 아서 자노브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_-)

이 노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사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영화의 내용이 노래 안에 다 들어있어요. 감독이 이 노래로부터 영화를 끌어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말이죠. 노래가 발표된 시기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일치한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나 시대가 급변했기 때문일까요? Tears For Fears는 2집 때까지는 대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지만, 3집부터 급격히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아마도 뉴 웨이브가 90년대 들어서 맥을 못춘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Tears for Fears - Mad World


Gary Jules - Mad World for a film, <Donnie Darko>


Donnie Darko Original Trailer


그 밖에

Evergreen Terrece - Mad World Evergreen Terrece도 Mad World를 불렀는데 이건 동영상이 없지만, 누가 드래곤 볼 영상에 맞춰 올린 게 있네요.

그리고

-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었는데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의 엔딩이 문득 떠오르네요. 물론 내용면으로는 큰 관련은 없지만, 장르가 같은 SF 인데다가 비극적인 주인공이 과거를 떠올린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아, 두 주인공 모두 영화 속에서 싸이코로 비춰진다는 공통점도 있군요.)

- 드류 베리모어, 참 대단해요. 약물중독의 위기를 넘기고 흥행배우의 궤도에 다시 올라탄 것만 해도 대단한데, 제작에까지 센스를 발휘하는 걸 보면 말이죠.

- 애쉬튼 커처가 주연한 <나비 효과 (The Butterfly Effect)>가 개봉된 이후엔 <도니 다코>를 <나비 효과>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더군요. 전 서로 비교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들이라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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