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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장르를 뒤튼 재치있는 가짜 트레일러들 모음

<타이타닉 2>가 나온다는 풍문(유머)이 돌고 있습니다. 포스터와 트레일러 (예고편)가 바로 이 풍문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사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예전부터 떠돌던 유머였죠. 제가 처음 이 트레일러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장르를 스릴러/호러로 비틀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장르를 뒤튼 가짜 (혹은 패러디) 트레일러들에서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다음의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전혀 상반되는 장르로 바꾼다. 스릴러를 로맨스 영화로, 드라마를 호러로, 진지한 영화를 웃긴 영화로, 모호한 장르의 영화를 분명한 장르영화로 바꾸는 겁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얻어내는데 효과적이겠지요.

둘째, 장르에 충실한 음악을 이용한다. 호러 영화를 코미디로 만들고 싶으면 가볍고 경쾌한 음악을 붙입니다. 스릴러로 만들고 싶으면? 타악기와 스트링이 강조된 빠른 스코어를 올려놓는 거죠. 사실 짧은 길이의 트레일러이기 때문에 음악을 잘 고르는 것만으로도 일단 절반 정도가 진행됐다고 봐도 됩니다. 패러디는 대체로 애매모호한 성격보다 분명한 뒤틀기를 시도하기 때문에 대체로 장르에 충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셋째,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른 작품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포레스트 검프> 트레일러를 호러물로 편집하고 싶다면? 트레일러 후반부에 "<왓 라이즈 비니스>의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 이라고 적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액션/호러물로 바꾼다면? "<본 슈프리머시>와 <데어데블>의 프로듀서 참여"라고 적는 거죠. 이건 영화를 많이 아는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고 실제 그 자막이 표시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효과가 있어서 보조적인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넷째, 셋째와 비슷한데, 장르를 바꾸면서도 원작의 트레일러에서 사용한 대사나 태그라인을 여전히 강조한다. 원작을 비틀 때 오는 쏠쏠한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대한 것은 길어질 것 같으니 예를 하나 들어 다음 포스팅에 적겠습니다. :)

오늘 여기저기서 <타이타닉 2>의 트레일러를 본 김에 제가 그간 재밌게 본 (원작의 장르를 바꿔버린) 가짜 트레일러 (spoof trailer, fake trailer)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 Recut as a horror movie)


블루톤을 강조한 화면, 빠른 편집, 그리고 강한 음악으로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의 로맨틱 코미디를 마치 <미져리>와 같은 스토커가 나오는 호러/스릴러물로 바꿔버렸습니다.

그럼 트레일러 마지막에 나오는 <본 슈프리머시>와 <데어데블>의 프로듀서 부분은 가짜일까요? 진짜입니다. 개리 포스터는 <데어데블>, 패트릭 크로울리 (Patrick Crowley)는 <본 슈프리머시>의 프로듀서가 맞지요.

2 시카고 (Chicago)


역시 경쾌한 분위기의 뮤지컬 <시카고>를 뱀파이어 분위기 나는 호러물로 바꿔버렸습니다. 늑대가 으르릉 거리는 듯한 효과음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네요.

후반부에 영화제목의 폰트를 변형시킨 것과 한 여성이 남자의 등을 잡는 장면이 뱀파이어 분위기를 더욱 드러내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3 샤이닝 (Shining Comedy Trailer)


반대로 그 유명한 호러/스릴러 영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코미디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故 큐브릭 감독이 이걸 본다면 기절할지도 모르겠지만 (소송을 걸지도) 패러디로서의 결과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역시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에 나올만한 스코어가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으며 나레이션을 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초반에 나오는, 코미디물에 전형적으로 쓰이는 화면전환 하나가 재밌네요.

4 아키라 (Akira Reloaded (Matrix Reloaded Trailer Dub))


하지만 장르를 뒤틀지 않아도 재밌는 것들이 있습니다. 같은 장르인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 트레일러의 오리지날 사운드에 정확하게 맞춰 편집해 놓은 것도 있네요.

<매트릭스> 시리즈가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사이버 펑크 애니메이션 <아키라>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대로 인용하는 센스가 재밌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오히려 <매트릭스>가 받은 <아키라>의 영향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겠지요.

그 밖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폴 히기스 감독의 <크래쉬>를 액션물로 패러디한 Fake Crash Trailer

<포레스트 검프>를 호러/스릴러물로 패러디한 Forrest Gump Trailer

반전영화의 대명사 <식스 센스>를 멜로물로 패러디한 The Sixth Sense (Romance Remix)

<슈퍼맨>을 코미디로 패러디한 Superman - The Comedy

해리슨 포드의 비슷비슷한 배역을 패러디한 Harrison Ford: Wife Forc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