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에 대한 글들이나 기사들을 읽으면서 과연 이게 "국익"이라던가 "윤리"의 문제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건 어느 정도는 힘싸움 아닌가 싶다.
우리도 좀 끼워줘-
우리가 그 판에 영향력 좀 행사하자.
어허- 이 연구는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깐?
뭐 이런 느낌. 물론 잘못한 게 있으니 이런 이야기로 끼어들 수 있는 거겠지. 대화가 단절되면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풀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몰려드는 나머지 사람들은 말그대로 동원된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알든 모르든. 나 역시 그 중 한명일테고.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섞여있기 때문에 누가 어느 한자리를 대표하고 나오는 토론이나 한가지 성격을 가지고 쓰이는 글들이 그리 흥미롭지 않다.
이를테면 어떤 박사는 TV 토론에 나와서 은근슬쩍 배아줄기세포 연구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더 낫다는 이야기를 흘리며 황우석 박사의 나쁜 점을 지적한다.
또한 아직 기독교와 천주교 등의 종교단체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에 대한 의견이 사그러든 것도 아니고, 아직 그 입장 변화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나와서 이야기하면 신빙성이 많이 감소되는 느낌이다.
물론 다연히 모든 그 종교인들이 같은 의견이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 벽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의외로 단단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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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진정한 지식인 (이런 개념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을 제외하고는 사실 저 이야기를 하려고 자신의 전문지식을 가져다 붙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작 마음 속 호불호에 대한 문제 아닌가?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인정하는 것도. 다만 어떤 사람들은 그걸 논리의 힘을 빌어 설명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으로 해결하려 하고, 감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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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스쳐가면서 본 한 블로그의 이런 내용의 댓글이 있었는데, 언뜻 보고 한참 피식피식 거렸다.
"너희 중 죄 없는 자, 내게 돌을 던지라"고 예수가 말했다지만, 그거 요즘 말로 바꾸면 "잔말말고 입 닥치샘" 아닌가요?
세상도 사고도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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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놀라웠던 건 "헬싱키 선언"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었다. 난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마치 "중고등학교 때 배운 미적분? 도대체 졸업해서 그걸 언제 써먹냐고~" 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미적분은 현관문 열 때 각도 계산에 이렇게 이렇게 쓰이고, 밥 먹을 때 음식물을 흘리지 않기 위한 숟가락질 각도 계산에 쓰여. 자, 한번 봐봐- 얼마나 유용한지." 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정도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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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유전공학,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
몇몇 사람들은 "황우석 박사의 속사정을 대충 짐작하는데 그 가증스러움이란..." 식의 글들을 적는데, 그 쪽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적어주면 사태파악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그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많이 줄어들텐데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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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좀 황당한 애피소드를 알게 되었는데, 뭐랄까, 내 생각과는 반대 방향의 힘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나 싶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