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dia & world

나도 한마디 : mbc 위대한 탄생에서 느껴지는 보수성이 싫어효

저도 그냥 떠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늦은 타이밍은 저의 주특기.


# 위대한 탄생의 주인공

저는 위대한 탄생을 몇 번 밖에 보지 않았습니다. 처음 볼 때부터 프로그램의 형식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래 이런 아마추어 대상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성장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얼마나 기존의 관습을 잘 쫒아가느냐, 그러면서도 얼마나 많이 풋풋한 모습을 선보이느냐로 탈락자와 잔존자를 나누죠. 조언을 주는 사람들의 말을 잘 이해하고 평가하는 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은 참가자들이 결국 최종 생존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은 심지어, 도전자들이 주인공도 아니더군요.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멘토라 불리는 심사위원들이었죠.

슈퍼스타K2의 대성공으로 인해 급조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방영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들이기 위해 대단한 가수, 작곡가들을 섭외했으니 그들의 발언권을 많이 확보해주어야만 했겠죠.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평가자들이 주인공 역할을 차지하고 신인들을 세워놓고 구체적으로 계몽하고 교육하다니, 시대상을 반영하는 건가요? (이건 고등학생들 나오는 청춘 드라마의 주인공이 학교 선생들인 경우와 견줄 수 있습니다.)


# 위대한 탄생의 보수성

가요를 대중예술이라고 했을 때, 과연 좋은 예술가가 이런 단기 교육으로 탄생할 수 있는 걸까요? 아, 물론 그럴 수 있겠죠. 좋은 스승을 만나 오랜 기간 많은 걸 배우고 자신을 다듬을 수 있겠죠. 하지만 노래 부르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받고 노래잘하는 비법을 전수 받는 신인가수들이라니... 그것도 족집게 학원 수강생들처럼. 그들이 전략적으로 길러진 아이돌과 다른 게 뭐가 있는 걸까요?

6개월을 일해도 인턴, 2년을 일해도 정직원이 되기 힘든 요즘의 세태에 발맞춰 이제 미래의 예술가도 직업학교처럼 맞춤식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건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2-3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탈락하는 것도 현실과 닮아있죠.

그냥 한번,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를 생각해 보세요. MBC의 '특종 TV연예' 라는 프로그램에 신인 평가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 공중파에서 노래를 부르고는 7.8점인가 받았죠 (10점 만점). 기존 가요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은 자신들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전개해 나갔죠.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 기성인의 눈치를 보며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떼어야 하는 논리가 더욱 공공연하게 공중파 방송에서 설파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기득권들이 세운 성은 더욱 공고해져서 이제 프로그램의 포맷도 기성 권력의 힘에 실어주는 형태로 간 거죠. 그게 mbc의 의도든 아니든.

아마추어가 어떤 업무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형태의 서바이벌은 모두 기득권의 힘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위대한 탄생은 그 중에서도 그런 성격이 강하더군요. 모든 사회화 과정은 권위에 굴복하는 과정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서 멘토든 평가단이든 이 사람들이 절대평가를 내리지 않고 상대평가를 내려 한명씩 떨어뜨리는 것이 참 묘한 메시지 - 잔혹한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사회의 경쟁은 필연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게 오랜 경험을 가진 검투사처럼 능수능란한 사람들도 아닌 사회 초년생들에게 경쟁을 강요하기 때문에 더욱 잘 먹히는 거고요.


# 선배들이 해야할 일?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나온 분들 보면 대중적인 지지도부터 예술적인 성취도도 높은 분들입니다. 그들이 TV에 나와서 애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대신 뭔가 건설적인 걸 하길 바라는 마음은 저 뿐만일까요? 

예를 들어 디지털 음원의 수익분배 문제라든지 소속사 노예계약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죠. 사실 노래를 이렇게 불러라 저렇게 불러라 이런 건 프로그램의 멘토 수준의 분들이 아니어도 알려줄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같은 소속사도 아니고 고작 노래 부르는 딴따라에게 왜 공인의 역할까지 강요하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그들은 같은 일을 하는 선배잖아요. 도움이 되는 발언이라도 하고 연대하는 방법이라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야 말로 먼저 산 사람들 (先生)의 지혜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물론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이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를 하라는 건 아니죠. 그 프로그램은 그냥 쇼일 뿐이니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