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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온라인 상의 정체성? 정치성?

dancing thought bubbles
dancing thought bubbles by alicepopkor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요즘은 웹2.0 이라는 표현이 어떤 느낌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좋은 뜻으로 사용하고, 어떤 사람들은 진부한, 단순히 마케팅적인 수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는 조금 유행이 지난 이야기 아닌가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웹2.0 이라는 표현(유행)에서 정체성과 연결되어 주목하는 개념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집단화된 정체성'입니다. 이런 질문이 있다고 해보죠.

1. 나는 1명입니까?
2. 사회에서 활동할 때의 나는 1명입니까?
3. 사회 활동 중 누군가를 지지할 때 인물의 단점까지 지지하나요?

2번은 단순히 1번의 확장 질문일 뿐이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장 쉽게 드러내는 질문입니다. 사회활동을 하는 하나의 존재가 꼭 물리적인 존재 1명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쉬운 예가 바로 법인 (法人)이죠. 회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새드개그맨님의 팟캐스트 Forget the Radio에 올라온 091.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 아바타와 전우치 (10.01.23) 라는 포스트에 달린 link님의 댓글과 민노씨가 적은 현대인의 조건 : 아바타와 전우치를 읽고 문득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떤 존재를 의미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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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Ken Zi:Kill who am I?
Inside Ken Zi:Kill who am I? by Sw Eden 저작자 표시비영리

얼마 전 유시민 전 장관이 대리 트윗을 한 것 아니냐는 소동 아닌 소동이 있었습니다. 분명 어떤 행사장에 있어서 PC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는데 트윗에는 from web (트위터 웹사이트를 통해서 글을 남겼다는 뜻) 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사상 검증하듯이 '유시민은 직접 "자기 손"으로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거짓말을 한 거다...' 뭐 이런 주장들이 있었죠. 저는 그런 걸로 판단한다는 게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죠. 트위터에는 @ollehkt 를 운영하는 건 분명히 KT의 어떤 직원 (1명 혹은 부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ollehkt에서 나오는 말을 KT의 의견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KT가 키보드를 두드린 게 아니라 일개 대리가 키보드를 두드린 거니까요. 이렇게 생각한다면 역시 넌센스죠.

이런 건 어떨까요? 우리가 '2mb의 수준' 이라는 표현을 할 때 그게 이명박이라는 물리적인 존재의 수준을 의미하는 건가요? 대한민국 대통령의 능력이라는 게 이명박이라는 개인의 물리적, 정신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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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hoo Censorship Still Sucks, Part Four
Yahoo Censorship Still Sucks, Part Four by Thomas Hawk 저작자 표시비영리

저는 우리 사회가 하나의 존재로서 행하는 사회적인 행동을 지나치게 인물 중심적인 사고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조금 다른 의미에서 다른 표현을 써서 표현한다면 일종의 육체적인 존재에 대한 지나친 순혈주의라고 해야할까요?

이를테면 유시민이 @u_simin 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 그 계정을 통해 올라오는 글은 유시민이 자신의 두 팔을 사용해서 글을 남겨야만 하고, 심상정이 @sangjungsim 이라는 계정을 만들면 그 계정을 통해 올라오는 글은 심상정 개인이 두 팔로 타이핑을 해서 글을 남겨야만 하는 것에 집중을 한다는 거죠.

하지만 더 궁금해 해야 하는 건 그 계정을 통해, 그 입을 통해 나오는 컨텐츠가 누구의 머리로부터 누구의 의도로 나왔는지가 아닌가요? 그리고 그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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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
Revolution by VisualOrgasm 저작자 표시비영리
요즘 세상에 물리적인 의미로서의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적습니다. 우리가 어떤 정치인에게 기대를 하는 것도 그 개인의 지능, 부, 물리력이 아닙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정치력이죠. 다수의 힘이 하나의 영향력 하에 움직이는 것. 즉 사회적, 정치적 존재에 대한 기대이고 협력이고 그에 대한 힘의 위임이겠죠.

우리는 웹2.0 시대를 지나오면서 집단지성이니 크라우드소싱이니 하는 용어들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보면 그런 것들이 단순히 IT와 인터넷 서비스 상에서의 개념일 뿐이지 진짜 세상을 바꾸고 더욱 좋게 만들어 내는데 적용하려 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수많은 차이점을 가진 각각의 개인이지만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서 서로 협력하고 대립하는 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죠.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을 겪고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인 소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나 혼자서는 어렵지만 협력을 통해서는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요. 물론 요즘은 '내가 뭘 한다고 도움이 되겠어?' 라는 생각도 만연한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개개인을 나누고 쪼개면서 과거의 틀로 존재를 인식하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혹은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협력해야 할까? 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모여있다면 그것은 물리적으로는 각각의 개인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V for Vendetta
V for Vendetta by hawken king 저작자 표시

who? - v for vendetta
who? - v for vendetta by jan.szpakowski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