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개념들이 섞여있지만, 예전부터 간단하게 나마 적어두고 싶었던 이야기들의 일부입니다.
새로 등장하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사용하거나 관찰하면서 그 신제품들이 오히려 과거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지키고 유지시키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트위터와 모바일 디바이스편입니다.
트위터
GOOD : 트위터는 링크를 살려냈습니다.
웹2.0 이라는 용어/기술/광고가 시작된 이래 웹의 구조적인 특성을 이용, 웹을 뜯고 분해해서 사용자가 보기 편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와 툴들이 나왔습니다. 텀블러, 구글 노트, 인스타페이지, 앰플리파이 등이 그 범주에 해당되죠. 이것들의 기본 베이스는 바로 편집, 저장, 복제입니다.
하지만 - (블로그나 카페를 포함해) 이렇게 저장된 자료들 (언젠가 먼 훗날의 미래를 위해 보지도 않을 펌과 스크랩으로 이루어진)은 출처가 생략되기 일쑤입니다. 나중에 공개하거나 공유하기도 껄끄러운 그런 데이터들이 되기 쉽다는 뜻이죠.
반면 트위터는 사용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굉장히 좁게 만들어 버려서 고작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잘 만들어진 컨텐츠가 들어있는 웹페이지로 링크를 거는 일 정도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걸 다른 서비스에 올리고, 링크를 걸 수도 있죠.
한국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 중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자발적으로 링크를 많이 만들어 거는 서비스는 바로 트위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BAD : 하지만 웹의 연결고리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트위터는 치명적인 단점도 함께 불러들였습니다. 트위터에서 거는 링크들은 단축주소 (shorten url)가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은 글자제한 때문에 각종 단축주소를 지원하는 서비스 - tinyurl.com, bit.ly, j.mp, 3.ly, 2.ly 등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데이터를 흘려보내고 새로운 글들에 집중하는 트위터 같은 서비스에서만 이 단축 주소가 사용되면 문제가 덜 할 수 있지만, 각종 모바일 서비스를 비롯해 여러 웹사이트에서도 이제 단축된 주소들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축 주소들은 매우 위험하죠.
만약 단축주소들이 해킹 당하거나 (그래서, 한 단축주소 서비스의 모든 링크들이 포르노 사이트로 이동하게 되거나), 단축주소 서비스가 망해서 없어져버리면 그 동안 사용했던 주소들이 모두 길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저런 단축 주소들이 공인된 표준도 아니죠.
win one, lose one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합하군요.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 (아이폰을 비롯한 많은 스마트폰들과 아이패드 등)
GOOD : 웹을 표준화, 간결화 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게 '애플이 웹표준화에 공헌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플래시가 웹표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어도비 측의 반박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태죠. (플래시가 이럴진데 액티브엑스 같은 건 아예 꿈도 못꾸는 상태이고, 심지어 누구도 그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플래시는 RIA, SaaS 등 새로운 웹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혁신을 주도하긴 했지만 여전히 CPU를 힘들게 하고, 많은 버그를 내재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링크와 검색, 쉬운 복제라는 웹의 기본적인 속성을 뒷받침하지 않는 한 웹기반 회사와 단체들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간결화라는 말은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저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의미없이 덕지덕지 붙던 광고가 99.1% 사라졌고, 마치 남는 공간을 채우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처럼 보이는 각종 사이드바와 위젯들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모바일웹에서는 무거운 스크립트도, 로딩 시간이 긴 이미지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늦게 열리고 데이터량이 많은 모바일웹은 도태되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수많은 위젯과 대용량의 미디어 대신에 웹서비스의 시나리오와 UI, 컨텐츠 배치를 신경쓰기 시작했죠. 대단하지 않나요? 자발적으로 웹이 쾌적해지고 있습니다.
BAD : 하지만 컨텐츠들은 파편화되고 사용자들은 피동적이 되었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컨텐츠란 '이동성'이라는 특성상 간결하고 핵심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간결과 핵심에는 과감한 생략이 필연적이죠. 그렇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컨텐츠나 서비스들은 인기가 없겠죠.
같은 맥락으로 오래 두고 읽어야 하는 긴 글이나 분석적인 글들은 인기가 없습니다. (물론 체크해두었다가 나중에 읽겠죠) 당장의 속보성이 강조된 글이나 현재 위치에서 유용한 글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죠.
이렇게 맥락이 잘려진 컨텍스트들을 소비하다 보면 사용자들은 점점 피동적이 되기 쉽습니다. 표면적인 즐거움 이상은 소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죠. 모바일은 점점 실시간을 잘 모사하고 반영하는 형태로 달려가고 있으니까요.
이쯤하면 생각나는 미디어가 있는데 바로 텔레비전이죠. TV는 한동안 바보상자라는 별명으로 불리웠습니다. TV가 쏟아내는 정보량은 그 이전의 매체에 비해 엄청난 것이었고 시청자들은 그것만 소화하기에도 버거워했죠. 그것을 소화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단방향으로 쏟아지는 정보에 묻혀 피동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실시간 웹이 TV가 있던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실시간 정보'를 소화하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피동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잠시 네트워크를 닫아두고 정보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모바일 디바이스가 이걸 방해하는 거죠.
자, 만약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이 글을 읽으셨다면 잠시 네트워크를 끊고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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