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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근조]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한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분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자질이 부족하다고
정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실망을 준다고
세상에 정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정의와 상식은 사실
우리 각자의 가슴 안에 있는 정의와 상식의 합일 것이다.

그래서,
정의를 내세웠던 사람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그를 비판하며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다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정의를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정의롭지 않은 사람들은
정의와 상식을 시도하려 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늘어지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개개인의 드러난 흠에 실망하거나
그 개인적인 흠을 함께 물어 뜯으며
사람에 대한 증오나 실망을 공기 중에 내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실패할 수도,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전히 처음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원하는 정의와 상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