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view & mind

이동 중에 하는 대중가요 관련 단상 2009-01-19

과거에는 일방통행으로 소비되던 문화 컨텐츠 (혹은 예술, 대중예술)들이 이제는 인터렉티브한 속성이 없으면 '대중'의 사랑을 얻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니, 산업적인 뒷받침을 받으려면 대중의 중간 점검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달까요?

만화나 소설은 연재를 통해 대중의 반응을 살피고, 영화는 시사회라도 해서 대중의 반응을 미리 살펴 재편집을 하고, 드라마도 시청율, 게시판 반응을 보며 극 진행을 시키는 경우가 많죠. 사전제작 되는 드라마들 조차 다음 시즌에는 여러 평가를 반영하죠. 연극이나 뮤지컬은 원래부터 매순간의 반응이 중요한 장르고요.

음악은 어떨까요? (대중)음악은 그런 면에 있어서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소수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기회도 드물죠. 싱글이 그나마 이러한 단점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단점)을 커버해주죠. 실패의 가능성, 트렌드를 잘못 읽고 있을 가능성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싱글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영화가 길다고 하일라이트만 판매하진 않잖아요. 연극 대사를 빠르게 외우지는 않잖아요. 싱글은 음악을 단편화 시키고 호흡이라는 것을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한 곡만 뜨면 되니까 싸비 (후렴구)를 전면 배치하고 어려운 멜로디는 없애고 리듬 위주의 루핑으로 곡의 전체를 감쌉니다. 영화로 따지자면 성룡이 사부를 잃고 분해서 폭발하며 전력으로 쿵후하는 장면을 한 45분간 계속 보여주는 셈인 거죠.

게다가 음악을 듣는 환경이 점점 모바일로 옮겨감에 따라 청자들의 오디오 환경이 열악해져 버렸습니다. 사실 음악은 다른 문화 컨텐츠와 비교해 봤을 때 집중도가 낮아 모바일 환경에 최적이긴 한데 그러다 보니 품질이 희생 되어버린 거죠. 과거 80-90년대를 겪었던 뮤지션들과 음악 매니아들의 경우 지금의 환경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인정하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죠.

몇몇 뮤지션들이 몇 억씩 들여서 마스터링 해봐야 8천원 짜리 이어폰으로, 각종 eq를 설정한 mp3플레이어로 지하철 안에서, 차 안에서 듣는다는 거죠. 만드는 쪽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인기 절정의 가요들은 44.1kHz 128kbps 로 손실압축해서 들어도 지장없는 곡들이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음악응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자기 생각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흔히 싱어송 라이터라고 하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란한 댄스실력과 보컬 트레이너와 흡사한 창법과 귀엽거나 깜찍하게 혹은 섹시하게 몸을 흔드는 몸뚱이면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잖아요.

대중과의 교감이 중요해진 이 때 가요계를 휩쓰는 가수들이 대부분 공연 한 번 하지 않는 (할 능력이 없는) 비디오형 동영상형 가수들이라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노래 좀 한다는 가수들도 대부분 라이브 실력은 지못미 수준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