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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이동 중에 하는 잡담: 음악과 농사

가요산업 (국내의 음악산업으로 한정짓기 위해 가요산업이라고 함)의 경우 디지털 컨텐츠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판이 완전히 새로 짜였다. 무슨 말이고 하니 '플랫폼' 사업자들이 실세를 장악했다는 얘기.

디지털 시대의 음악상품 (디지털 음원)은 기존 lp, cd, tape처럼 쌓아둘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하드드라이브는 필요하지만), 매체를 운반할 교통비가 드는 것도 아니고, 매체를 제작하는데 별도의 물리적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시장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분명히 과거에 비해 이익율이 늘었을 텐데, 그 이익을 모두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 버린 셈이 됐다.

신기하다. 모든 게 디지털 시대를 꿈꾸며 했던 예상과는 혹은 다른 산업과는 반대다.

이를테면 쌀 같은 것은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유통업자가 챙겨가던 적지 않은 유통마진을 줄이려는 시도 (직거래 등)가 있어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은 반대로 생산자는 예전보다 적게 벌고 소비자는 더 많이 지출하게 되었다. (레코드점에서 산 cd 에 담긴 음악을 합법적으로 블로그에 올려 감상하는 법 아는 사람?)

농산품에 있어서 생산자에게 이익이 더 돌아가는 구조가 손톱만큼이라도 생겼다는 건 농약칠 돈이 없어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농부들에게는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 같은 게 아닐까? 반대로 가요산업의 경우 5살 때부터 기획사의 관리를 받았다느니 연습생 8년차라느니 노예계약서라느니 하는 개념들이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

농부들이 직접 장을 열어 판매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생산자와 직접 만나 신뢰를 쌓고 더 질 좋은 상품을 더 안심하며 상품을 소비하게 되었는데 가요산업의 경우 오히려 더 후진 (bitrate가 낮거나 곡 정보가 담긴 tag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은) 상품을 불법으로 다운 받는 게 당연해져 버렸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집접 만난다는 개념을 가요산업에 대입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 - 바로 공연 아닐까? 하지만 리듬과 춤, 개인기라는 가치가 돈 대는 사람들이 우선 생각하는 중요사항이 되어버려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뛰어난 복제성, 편리한 모빌리티의 댓가가 너무 큰 것일까, 컨텐츠의 가치를 '디지털 파일의 종류와 크기'로 치환부터 시키는 IT 장사치들에게 순순히 땅을 넘겨준 걸까. 여러모로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