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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n Sydney/2004년 7월

코미디

오늘 시험보기 때문에 나눠준 프린트물을 봤다. 아무리 쉽게 내고, 내용 다 나와있는 - 마치 답안지와 다를바 없는 프린트물을 볼 수 있는 오픈북이라지만, 영어가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긴장되기 마련. (게다가 어찌되었건 첫번째 시험이니까.)

그런데, 조금만 뒤로 물러나서 찬찬히 생각해 보면 - 생각해 볼 때마다 피식피식 웃는다. TOEIC이나 TOEFL, IELTS 등의 문제들을 생각해보라. 그 시험문제들이 한국말로 나와있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아이큐 테스트보다도 더 쉬운 - 일종의 코미디다.
다음 대화를 듣고 질문에 알맞은 답변을 고르세요.

탐 : 안녕, 제인. 오늘 나 핸드폰 사러 갈 건데, 함께 갈래?
제인 : 오전에는 힘들 것 같고, 3시 이후에는 괜찮을 것 같아. 그런데, 너 카메라 산다고 하지 않았어?
탐 : 아, 원래 카메라부터 살려고 했는데, 핸드폰이 오래되서 그걸 먼저 바꿀려고. 그럼 어디서 볼까?
제인 : 시청 앞에서 보자. 내가 시청 근처에 일이 있거든. 끝나고 3시 30분에 보자.
탐 : 시청은 너무 밀리잖아. 그러지 말고 현대 백화점 앞에서 보자. 3시 50분 어때?
제인 : 좋아. 이따 봐-.
탐 : 그래, 이따 봐-.

문제 1. 다음 중 탐이 사려고 하는 것은?
①카메라 ②유선전화기 ③핸드폰 ④가방

문제 2. 탐과 제인은 몇시에 만나기로 했나?
①3시 30분 ②3시 40분 ③3시 50분 ④4시

3. 나는 오늘 몸이 너무 안좋아서 병원에 ( )을 받으러 갔다.

위의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는?
①수업 ②시험 ③진술서 ④진찰

이런 질문에 알맞게 대답해서 영어 점수가 주어지는 것 아닌가. 내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못알아 듣거나 할 때 위와 같은 상상을 하면 내가 처한 상황이 코미디처럼 느껴지면서 오히려 긴장이 풀린다. :p 아- 내가 이런 걸 못 알아 듣는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거고. "이런 정도의 의사소통도 안되면 복잡한 현대사회 살아가는데 애로사항이 많을걸?" 하고 물어보는 거기도 하니까.

프린트물에 있는 내용 그대로 베끼지 말고 요약해서 적으라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할 말만 딱딱 들어가 있는데 도대체 뭘 뺀단 말인가. -o- 어쨌든 이리저리 요약해서 적고 나오면서 답안지 뒷면에 "Gerry, 진심인데 - 당신 Sean Connery 닮았어요." 라고 적고 나왔더니 막 웃는다. -o- 시험시간 끝나고 다시 수업을 좀 해야하니까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Gerry가 오더니 "나에게 그런 말 적다니... 보너스 점수 100% 주마" 하길래 고맙다 그랬지. 흐;;;

어찌되었건 이 간단한 개요 성격의 과목은 4일에 걸쳐 끝이고, 진정한 수업은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끝나기 바로 전에 Gerry가 한국학생들은 영어에 서투른데, 그걸 잘 극복하지 못하면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한마디 짚고 넘어간다. 그래,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걸 안다. 들리다 안들리다 하니 이거야 원. -_-; 쩝, 잘 해야지...

원래 오늘 ID card도 받고 TFN도 신청하려고 했지만 프린트물 보다가 시간 맞춰 가는 바람에 못했다. 늦지 않게 준비 마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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