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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짧게: 토니 스콧 감독의 도미노

실제 도미노 하비

유명배우의 딸로서 보장된 비버리 힐즈의 삶을 팽개치고 현상금 사냥꾼 (bounty hunter)의 길을 택하며 영화 같이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실존인물 도미노 하비.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알라모>에서 명성을 얻었고, <로미오와 줄리엣>(1954)의 로미오를 연기했던 유명 배우 로렌스 하비를 아버지로 둔 그녀는 비벌리힐스의 안락한 삶이 보장돼 있었고 타고난 미모로 일찍이 포드 모델 에이전시에 발탁된 유망주였다. 그러나 연예 산업과 쇼 비즈니스의 희생양이 되는 대신 현상금 사냥꾼이 되기로 하는데, <도니 다코>의 작가 리처드 켈리가 이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실제 주인공 도미노는 영화가 완성되던 시점인 2005년 6월 27일 저녁, LA의 자택 욕조에서 약물과다 복용으로 인해 숨진 채 발견되어,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35세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며 마무리 했었다.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

실존인물이란다, 도미노 하비 (Domino Harvey).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전기영화란 말쌈. 그런데 이런 스타일로 만들었다는 거지? 대단한 토니 스콧.


영화는 시종일관 도미노 역을 맡은 키라 나이틀리의 증언 (및 회상)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계속해서 그 진실이 바뀐다. 이건 내러티브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전개이지만, 이게 사실은 '전기영화'라고 할 때, 도미노 본인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더 어울리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가. "A일 줄 알고 계획을 세워서 B까지 처리했는데, 사실은 C가 되어버렸다", "D까지는 잘 왔지. 그런데, E가 F인 줄 몰랐던 거야." 뭐 이런 거. 그리고 이야기하다보면 기억을 살짝 잘못해서 번복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적어도 영화에서는 진술이 번복되는 정도가 낚시질 수준까지는 아니다.


토니 스콧의 영화는 그의 과도한 스타일 때문에 저평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실제로 과도한 스타일만 남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스타일. 점점 테크닉에 대한 실험이 늘어가는 듯 하다. 이 영화를 한참 보고 있으면 이 영화를 위해 BMW Films 시리즈 중 그가 감독한 <Beat The Devil>로 테스트를 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마지막 총격신은 그가 감독했던 영화 <트루 로맨스>에서 빌려온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은 시종일관 귀가 얼얼한 정도로 나온다. 문득 음악까지도 길고 짧게 뒤죽박죽 섞이는 스타일이 감독의 요구인지 음악감독의 의지였는지 궁금하다. 종종 마치 미국의 액션 장르 TV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나저나 은근히 아니 대놓고 캐스팅이 화려하다. 도미노 하비 역의 키라 나이틀리부터 미키 루크, 미나 수바리, 제클린 비셋, 크리스토퍼 워켄, 루시 루…아, 매시 그레이도.

극장에서도 별 흥행을 못했고, 대사나 액션의 수위가 조금 세서 공중파에서 방송된다면 여기저기 짤리겠지만, 비디오샵이나 케이블TV에서는 꽤 인기가 높을 것도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이야기가 액션 영화치고는 살짝 복잡한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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