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charge my life

꿈 이야기 - 날다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꿈을 꾸는 횟수가 줄어든다. 어렸을 적 나를 불쾌하게 만들던 악몽 시리즈도 이젠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감 느껴지는 꿈들을 간혹 꿀 뿐이다. 그러나, 한가지 꾸준하게 내 꿈에 등장하는 주제가 있는데 그건 바로 (하늘을) 나는 꿈이다.

엄밀히 말하면 난다기 보다는 점프를 굉장히 높게 하는 것이다. 주로 한 40여개 (혹은 그 이상) 되는 계단의 제일 윗칸에서 점프를 해서 마지막 칸에 착지하는 꿈. 난 꿈 속에서 착지할 때 받을 충격에 미리 불안해 하면서도 뛴다. 알면서도 몸은 이미 전력질주를 해서 계단의 제일 윗칸에서 몸을 날린다. 그리고는 착지할 때는 언제나 데굴데굴 구르거나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느끼면서 다시는 뛰지 말아야지 다짐을 한다. 하지만 한번 꿈이 시작되면 막을 수 없다. 계단은 끊임없이 펼쳐지고 난 단 한번의 예외없이 점프를 한다.

그런데, 어제 드디어! 꿈 속에서 날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달려 점프를 했더니 너무나도 가볍게 날아올랐다. 피터팬처럼 아니 마치 오락게임을 하듯이, 80년대 오락실의 범짹 (Bomb Jack)을 할 때 버튼을 길게 누르면 위로 날아오르고 떨어질 때 버튼을 연속해서 누르면 천천히 내려오듯이 난 내 몸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날아오르는 게 두렵지 않고 떨어지는 게 아프지 않았다. 처음 비행에 성공한 슈퍼맨처럼 밤새 들판 위를, 진흙탕 위를, 집들 위를 날고 또 날았다.

for The Seven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