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dia & world/and more

학교, 예절, 규칙, 교육

(전략)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는 절반이 예절 관련 내용이다. 여기서 예절은 아랫 사람이 윗 사람에게 갖춰야할 덕목이다. 반면 윗사람이 갖춰야할 도리는 말하지 않는다. 사회적 강자의 폭력과 횡포에 대해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자기를 지켜야할지도 말하지 않는다. “내가 타인에게 행하는 악을 멀리하는 것만큼, 타인이나 사회가 나에게 가하는 악에 저항하는 것 역시 중요한 도덕적 의무”인데도, 여기에 입다문다.

‘예절교육’의 본질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중학교 2학년 <도덕> 교과서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비협력자를 가려내 제재하는 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말한다. 반면 경제정의에 대한 항목에서는 “(국가가 나서기 전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자선행위를 한다면 얼마나 훈훈한 세상이 될까”라고 말한다. 군림하는 일에 능동적인 국가는 국민에 대한 책임 앞에서 돌연 무책임해진다.

(중략)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김 교수는 “우리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사이비 도덕을 가르친 사람은 전두환 정권 이후의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들이었다”고 지목한다. 교과 이름이 <도덕>으로 바뀐 뒤에도 ‘국민윤리’를 고집하는 학과다. 김 교수는 “이제 그들로 하여금 더이상 국민들의 정훈장교 노릇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략)

한겨레 안수찬 기자 - “권력 순종 강요하는 도덕교육 폐지를”

여러분의 공식적인 임무는 아이들을 체제순응적인 인간으로, 이기적이며 숙명론을 좇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교대의 설립목적이고 국가가 여러분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이유입니다.
(경인교대 신입생 강연에서)

규항닷넷 - 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