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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 (Thes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의 영웅이다. 그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아이트라의 고향인 트로이젠에서 자랐다. 기둥 밑에서 파낸 부러진 칼을 들고 아버지 주몽을 찾아가 고구려 왕자가 된 유리처럼, 테세우스도 칼 한자루 짚신 한 짝을 신표로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를 찾아가 왕자신분을 얻었다. 당시 아테네는 크레타 왕국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약소국이었다. 자진해서 공물이 된 테세우스는 크레타 왕녀 아리아드네가 건네준 실꾸러미를 길잡이 삼아 미궁(迷宮) 속 반우반인(半牛半人)인 미노타우루스를 처치하고 아테네인들을 구해 돌아온다. 무사귀환이면 흰 돛을 달기로 한 부왕과의 약속을 깜빡 잊고 검은 돛을 바꾸지 않는 바람에 성질 급한 아버지는 배가 항구에 들어오기도 전에 자살을 하고, 테세우스는 왕이 된다.
 
아테네인는 기원전 8세기경 테세우스에 의해 도시국가로 통일된다. 그러한 테세우스를 기리기 위해 아테네인들은 해마다 그가 타고왔던 배를 몰고 델로스 섬까지 폼나는 해상퍼레이드를 벌였다. 그런데 나무로 만든 배이므로 테세우스의 배는 계속 수리를 해야만 했다. 수리를 할 때마다 부품과 선체를 새것으로 바꾸었으므로,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자 애초에 배를 만들 때 사용한 재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다. 자, 그러면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인가,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에 대해 배를 구성하는 재료는 바뀌었어도, 배의 형상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본질적으로 같은 배라고 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도 이 문제는 분석철학에서 말하는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 중요한 예로 사용된다.


요즘의 나는 정말 나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