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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The Incredibles - 한지붕 네영웅 이야기

감독 : Brad Bird
배우 : Craig T. Nelson, Holly Hunter, Samuel L. Jackson, Jason Lee, Spencer Fox, Sarah Vowell

Syndrome (Jason Lee 분)이 Mr.Incredible (Craig T. Nelson 분)을 생포한 후 자신처럼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후 뒤돌아서는 '아무도 영웅이 될 수 없다'는 말은 꽤 의미심장하다. 사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매커니즘의 상당수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대리만족으로 사람을 눌러 앉히고, 더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어느 정도 괜찮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작은 만족을 끊임없이 불특정 대중들에게 뿌려대며 사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빅 브라더들의 생각을 그대로 대변하는 게 아닐까 한다. 오죽하면 경험 마케팅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을까.

영화를 보는 90분 동안 영웅이 되기도 하고 가슴 절절한 연애를 하기도 하고,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30분 동안 고급(?)커피와 젊은 분위기를 경험하고, 번지점프를 하는 몇십초 동안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경험하게 되고...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실제로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하지 않으며 사는 것이 아닐까, 덜 하며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영화는 사실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첩보영화의 형식과 내용을 차용하고 있다. 이 점은 기존의 Pixar의 영화들과는 매우 상이한 차이점인데, 꽤 성공적인 전략이었다고 본다. 일단 마블 코믹스의 Fantastic 4를 적극 차용한 주인공들에,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옷 만들어주는 Mrs. Hogenson (Jean Sincere 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로 악당이 되는 구성도 많은 액션물에서 차용하는 전통적인 구조다. 그에 비하면 Pixar 자체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기존의 영화들에 비해 그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그걸 주인공들이 골고루 나눠가진다 - 가정을 지키는 일이 지구를 지키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부터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에 대한 미덕까지.

인적으로 Spider-man 2를 떠올리는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특히 Mr.Incredible이 초반에 Buddy Pine 때문에 열차선로가 끊겨서 강제로 세우는 장면, 동그란 로봇과 싸울 때 얻어 맞고서는 'My back-!'하는 장면, Elasticgirl (Holly Hunter 분) 이 Syndrome의 기지에 숨어 들었다가 경비들을 처치하고 벽장 같은 곳에 경비원들을 구겨(?)넣는 장면 (Spider-man 2 처음에 피자 배달 가서 청소도구 벽장에 밀어넣는 장면과 비슷하지 않은가?)이 그것들이다.

또한, Mr.Incredible이 Syndrome의 중앙 컴퓨터에 접속해 진실을 알게 되는 그 공간은 마치 영화 X-men의 그 공간과 매우 흡사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차이는 약간의 성인취향의 내용들이 이전보다 많이 가미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고소를 당하는 사태에 이른다는 오프닝에서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애피소드인) Mr.Incredible이 Mrs.Incredible을 속이고 출장(?)을 다녀오는 애피소드, 마지막의 끔찍한(!) 방법으로 Syndrome이 당하는 결말까지. 음악 또한 70년대 빅밴드 스타일이어서 옛날 첩보영화 팬들의 기호까지 고려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Pixar의 영화들은 영화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제작과정을 보면 Pixar라는 회사를 좋아하게 된다. DVD 타이틀의 서플먼트들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데 - 영화를 만드는 그들은 정말로 신이 나서 영화를 만드는 듯 하다. 매우 자유스럽게, 그만큼 영화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튜디오에 대한 호감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으로 바뀌는 건 Pixar를 만든 Steve Jobs가 대표로 있는 Apple과 매우 닮아있다.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반.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잡아주었다고 본다.

20041226 Hoyts (Fox Studios) with Charles, Mi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