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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하이퍼링크를 통해 하이퍼 미디어로

웹이 뉴미디어로서의 지위를 획득 중이라는 전제하에 기존의 미디어들과 미디어로서의 웹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 전에 상상을 해보죠. 상상의 전제는 '미디어간 이동이 자유롭다'입니다. SF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단, 매체간 이동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는 '클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XX일보의 기자가 청와대와 전 대통령간의 전산 시스템 이용의 적법성과 정치적 공방에 대한 기사를 적었습니다.

당연히 기사 안에는 청와대 측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전 대통령 측의 이야기를 인용했습니다. 독자는 기사를 읽다가 인용한 청와대 측 이야기가 진짜인지 혹은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확인을 위해 청와대 측 인용 부분을 클릭하니 청와대에 근무하는 A씨가 실제 인터뷰한 동영상이 편집없이 나옵니다. 당연히 인터뷰한 날짜와 시간 등이 표시가 되었겠죠. 독자는 기자가 쓴 내용과 청와대 근무자 A씨의 말을 모두 확인하고 나름대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기사의 그 다음 부분으로 검찰이 관련 법조항을 들어 이 사건에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 법조항이 뭔지 궁금해진 독자는 관련 법조항을 클릭하니 역시 기자가 녹취했던 상세 인터뷰 내용이 나오면서 X조 ○항, X조 □항, X조 △항 등등 정확한 항목들이 나옵니다. 역시 이 항목들을 클릭하니 대한민국 법원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되어 항목의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검찰의 견해와 법조항을 대조해보면서 나름대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기존 미디어들인 신문 혹은 방송은 위와 같은 시스템을 갖출 수가 없습니다. 미디어 사이를 이리저리 이동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우선 현실적으로 기술적인 어려운 점이 있겠죠. 그렇다면, 기술적으로 해결이 된다면 위와 같은 정보 전달이 가능해질까요?

아마도 불가능할 겁니다. 기존 미디어들은 독자 혹은 시청자, 청취자들로부터 독점적인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TV 뉴스에서 광우병 관련 소식을 전할 때, 자료 화면을 BBC에서 얻었다고 해서 채널을 BBC로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야구 소식을 전한다고 미국의 MLB 홈페이지를 그대로 띄워 관련 내용을 보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즉, 현재는 기술적으로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안한다는 것이지요. 요지는 독점적인 주도권의 확보입니다. 자신이 확보한 채널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기존의 모든 미디어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미디어들과 경쟁을 하는 구도입니다. 특히나 같은 형태의 미디어들 끼리는 더욱 그렇죠.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와 경쟁을 하고, SBS는 MBC와 경쟁을 합니다. 같은 시간대의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청률 싸움을 하고 구독률 경쟁을 합니다.

매체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이러한 탐욕성은 태생적이라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시간의 불가역성 때문입니다. 각종 방송과 신문 매체들은 매일매일 시간을 다투며 이야기와 이슈를 생산해 냅니다. 특정 시간 안에 소비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컨텐츠들을 생산해내는 것이지요. 신문이든 방송이든 생산된 컨텐츠의 깊이만큼이나 단독보도, 최초보도, 특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띄는 건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하이퍼링크로 이루어진 웹이 나타나면서 웹 상에 근거지를 둔 새로운 미디어들은 그 탐욕성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대한 네트에 방대한 정보들을 흩뿌려놓아 시간을 해체시켰기 때문이죠. 이 해체된 시간은 링크로 재조합되고, 시간을 두고 경쟁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린 미디어들은 서로 협력을 하게 됩니다. 기록을 모으고, 공유하면서 틈새에 숨겨진 사실들과 눈에 보이지 않던 커다란 의미들을 조합해 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겁니다.

링크를 통해 구현된 하이퍼텍스트가 미디어 간의 자유로운 이동과 협력과 혼합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기반을 만들어 냈고, 이러한 질서가 유지될수록 웹과 세상은 평화롭고 조화로워지는 것이겠지요. 생각해보세요, 링크는 모든 걸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됨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기 때문에 링크가 사용되는 것이고, 그것들의 사용을 서로 허용하기 때문에 활성화가 되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매일 클릭하는 이 작은 수많은 링크들이 사실은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매우 즐거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