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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단상 - 문득 요즘 노래 한 곡의 가격

요즘 (소비자가 구입하는) 노래 한 곡의 가격은 얼마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예전에는 얼마였을까요? LP, 테입 혹은 CD 등 현물 매체만이 존재했을 때도 매체당 가격은 서로 달랐지요. 대략 한 앨범에 10곡이 들어있다고 치면 테입은 개당 5,000원 정도 했다고 치고 곡 당 500원, CD는 10,000원 정도 했다고 치고 곡 당 1,000원.

그렇다면 요즘은? 얼마일까요? 요즘은 스트리밍이니 월 정액제니 하는 개념들이 생겨 조금 복잡해졌지만, 예전처럼 하나의 음원을 내가 가진 기기에서 편하게 재생할 수 있는 (DRM이 걸리지 않는) 디지털 다운로드 파일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할 때, 일단 각종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멜론, 도시락, 뮤직온)에서는 각각 곡당 500원씩. 예전과 같은 CD의 경우 대체로 10,000원을 상회하는 정도이니 곡 당 500원 ~ 700원 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만 적어놓고 봐도 분명히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 걸 알 수 있겠어요. 예전에는 휴대용 카세트, 휴대용 CD 플레이어, 집 안의 전축 혹은 미니 컴포넌트가 고작이었는데, 여기에 mp3 플레이어와 네트워킹 가능한 개인용 컴퓨터 (스트리밍 방식)이 추가되었습니다. 도토리로 살 수 있는 배경음악과 각종 휴대폰 벨소리, 핸드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음악들까지 이야기하면 입이 아플 정도지요.

(예전에 레코드점에서 원하는 음악만 골라서 녹음해 주던 형태의 서비스(?)가 사라지고 원하는 곡만 다운받을 수 있게 된 건 음성적인 시장이 양성화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디지털 시대니까 값도 싸고 편리하게?

음반업계 관련된 분들 중에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CD 가격이 거의 그대로라고 하면서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짜장면도 2배는 올랐으니까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은 그 반대일 거예요.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바뀌어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더 오래 보내게 되었는데, CD를 산다고 미니홈피에 음악을 올릴 수도 없고, 핸드폰 벨소리로 사용할 수도 없고,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도 없으니 사람들은 음악의 값이 올랐다고 생각할 거예요. 실제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세대들은 절실하게 체감하는 중이죠.

게다가 음악 사용에 대해 이래도 안돼, 저래도 안돼 하는 규제들은 점점 세분화되고 강화되는데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건 별로 없잖아요. 예를 들면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홈페이지에 올려도 안되고, 열혈 팬질을 위해서 올려놓는 각종 클립들도 (원칙적으로는) 안되고 말이죠.

물론 아직까지 단속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게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었다는 게 핵심이죠.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위에서 인터넷을 놀이의 일종으로, 문화의 개념으로 즐기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인터넷/디지털 관련 상품들의 소비 패턴이 사실은 적법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애초에 관련 문화나 산업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될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농사를 지으나 노래를 부르나

김장철이 되면 배추값이 금값이 되고, 설날이 가까워져 오면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들이 금값이 되지만 정작 농민들은 사시사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죠. 아마 대부분의 가수들과 음반사들도 농민들과 비슷한 수준일 겁니다.

특히 1차 저작권자라 할 수 있는 가수들은 정말 답이 안나올 거예요. (작곡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일단 요즘 시대는 CD, 카세트 테이프는 잘 팔리지 않고, 디지털 음원을 (합법적으로) 많이 받거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는 게 대부분인데, 그래봐야 팔린 금액의 20%도 못받아가니까요.

솔직히 이런 경우라면 '많이 팔릴 수록 손해'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팔릴 수록 박탈감이 심해질' 수는 있습니다. 시스템 자체가 실제 저작권자들보다 각종 유통사 (이동통신사, 포털, 온라인 음원 판매 서비스)가 플랫폼과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챙겨가고 있으니까요.

김종서나 윤종신 같은 오래된 뮤지션들이 전업을 선언하고, 올밴 같이 신인들은 아예 코미디언이나 엔터테이너로 자리잡는 이유는 뭘까요? 음악이 돈이 안되기 때문일 겁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1차 저작권자들에게 돈이 안되는 거죠. 포털이나 싸이월드, 네이버, 이통사 3사의 음악 판매 사이트 입장에서 보면 음악은 돈이 됩니다. 유통만 해도 판매가의 50% 이상이 수익이거든요.

디지털로 산업화가 된 시장이기 때문에 생산자도 소비자도 만족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마땅할 것 같은 디지털 문화 관련 산업이 밭떼기가 만연한 농업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하는 일의 중요성과는 관계없이 선점한 놈이 더 먹는다는 논리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예외가 아닌거죠.

선점한 자들의 리그, 소비자를 무시하는 시장

결국 이렇게 답 안나오는 형태의 시장에서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요?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그래도 플랫폼을 선점한 매체들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한 매체들은 꼭 음악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음악이 망가지면 아이돌을 팔면 되고, 코미디를 팔면 되고, 배우를 팔면 되고, 그래도 남아나지 않는다면 팔게 없으면 수입해다 팔면 되니까요.

비관적이지만 시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취미를, 문화를 구입하는 우리 소비자들은 그저 매체가 가져다주는 걸 소비하는 형태가 꾸준히 이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열혈 소비자들은 불법이든 p2p든 팬질이든 다른 방법을 찾겠지만 말이죠.

왜 식당에 가서도 그런 경우 있잖아요. 4명이 가서 각기 다른 메뉴 시키면 주방장이 째려본다든가, 주인이 실실 웃으면서 '같은 걸로 시키시죠?' 라고 강요하는 경우 말이죠. 우리나라 음반시장도, 음반시장을 둘러싼 매체들도 똑같은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어쩌겠어요. 어쨌든 그들이 다 가졌으니, 우리는 게릴라가 되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