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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가족 같은 동료, 동료 같은 가족

얼마 전에 한참 이슈가 된 사건 때문에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라는 건 어떤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쪽으로는 생각이 되지 않더군요. 대충 아래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대체로 이런 종류의 말은 아래사람들 입에서 나올 때 믿을만 해. 조직의 윗사람이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가족 같다'는 말을 반복한다는 건 자신이 꿈꾸는 미래상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그렇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닌 경우가 많잖아? 그건 대체로 아래사람들은 현상을 보고, 윗사람들은 미래를 보는 습성에서 기인한다고 봐.

가족이든 친구든 선후배든 간에 대체로 아래 있는 사람들은 당장 편하고 즐겁고 이득이 되야 말을 듣고 일을 하는 반면에, 윗사람들은 멀리 보고 판단하고 당장의 현실보다는 훗날을 예측하며 방향을 설정하잖아. 그게 역할이기도 하고, 경험이기도 하지.

만약 윗사람이 현재 잘 돌아가고 있는 일에 대해 자꾸 강조하는 건 조금 더 자신의 위치와 공을 인정받기 위함이고, 아래사람이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한다면 그건 현실이 답답하거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기 때문일지도 몰라. 강한 긍정은 부정이라는 말도 떠오르고 말야.

그리고, 가족 같은지 친구 같은지는 결국 사람에 따라 다르잖아. A는 B를 친구로 생각하고, B는 A를 가족 같이 생각할 수도 있는 거지. 그렇다고 그런 이유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거나 상대방과 협조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나온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냐?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회사는 비전을 실현시키고 구성원에게 (혹은 투자자에게) 이익을 실현시켜줘야 하는데, 가족이라면 그걸 실현시키지 못해도 내보낼 수도 없잖아. 평생 고용을 보장할 것도 아닌데, 내보낼 때는 그럼 호적에서 파내는 마음으로 내보낸다는 건가?

예전에 L이 '난 성질 더럽고 화 잘내도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 나 역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런 거 같아. 뒷끝 없고 깔끔하게만 일을 처리한다면 당장 좀 불편하고 꼬짱꼬장하게 굴어도 괜찮은 것 같아. 적어도 일에 있어서는 정확하게 잘 처리해서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하고 그래서 결국은 회사에도 도움을 줘서 서로 윈윈하는 그런 관계가 가족 같은 관계보다는 낫다는 거지. 가족이란 도움이 안된다고 놓아버릴 수 있는 개념의 존재도 아니잖아.

하긴 요즘 회사와 관련된 가족이라고 하면 '또 하나의 가족'을 들먹이는 삼성이 떠올라서 더 이미지가 안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즉, 저 같은 경우는 동료끼리 가족 같다고 말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든든하지만, 상사가 가족임을 강조하는 건 좀 불편하다는 거죠. 그게 이번 논란의 한 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동료 같은 가족도 왠지 괜찮은데요? 뭐랄까, 가족 같은 동료가 hot 하다면, 동료 같은 가족은 cool 한 관계라고나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