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mp3, 디지털 음원, 기술의 발전

라디오헤드의 In Rainbows 이야기를 적다가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 다시 한번 짤막하게 적어봅니다.

예전부터 한국의 음제협이나 그냥 일반 사람들까지 mp3에 대해 논쟁하는 걸 보면 소모적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 소모적인 논쟁에 자주 동원당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미 앞으로 나간 기술과 변해버린 트렌드를 역행하는 건 억지로 하라고 해도 하기 힘든 일이잖아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mp3를 듣느냐 CD를 듣느냐는 문제가 아니죠.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 품질의 음원을 구입할 수 있느냐 혹은 합법적인 구매가 가능하냐가 문제인 거죠.

돈 주고 씨디를 샀는데 재킷에 곡명이 엉망으로 되어 있다거나 씨디 포장 상태가 엉망이라면 당연히 환불을 받을 거예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첫째 둘째 가는 사이트에서 돈을 내고 다운을 받아도 ID3 태그라든지 파일명이 엉망으로 되어있는 게 당연했었죠. 물론 음제협이 100분토론에까지 나와서 다운로드가 어쩌고 mp3가 어쩌고 했던 때였죠.

그러고 보면 아직도 음제협은 음악보다는 혹은 음원보다는 CD라는 매체를 위한 집단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이 다른 업종의 사람들과 계약을 불평등하게 맺어서 디지털 음원을 팔아봐야 얼마 남지 않는다고 하는 게 사실이라면 조금 안된 일이긴 하죠. 그렇다면 합법적인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를 막지 말고, 그 계약을 개선하거나 음원을 이용한 새로운 시도들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보세요. 아이팟만으로도 mp3 플레이어 종주국인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적으로 mp3 플레이어 = 아이팟이라는 개념을 심었음에도 꾸준히 여러 채널들을 만들어가며 아이튠즈와 아이팟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잖아요.

어떤 세계에서는 이미 mp3의 시대를 지나 조금씩 조금씩 mp3 보다 더 고음질의 디지털 포맷으로 변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flac이나 ape 같은 무손실 압축 포맷이죠. mp3에 비하면 파일 크기는 엄청 크지만 이 세계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가 아닙니다. 스토리지 가격 역시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고, 인터넷 라인 속도도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불법, 합법의 개념도 없었던) 처음 mp3 를 공유하던 시절처럼 flac 이나 ape는 어둠의 루트를 통해 공유가 되고 있습니다.

점차 무선인터넷이 확산되고, 아이팟+아이튠즈처럼 합법적인 소비를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면 지금과는 또다른 형태로 음원을 구매하거나 즐기게 되겠죠. 아예 지금의 수많은 개인 인터넷 방송들을 고음질로 바로 듣고 다니게 될지도 몰라요.

길게 썼지만 짧게 한마디로 하면 mp3냐 mp3가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는 거죠.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편리하면서도 품질 좋은 디지털 음원 서비스 (+ 플레이어)가 나올까요?

작은 아이디어 하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오프라인 샵을 여는 건 어떨까요? 음원을 모아두고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상대로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는 겁니다. 휴대폰 충전 서비스처럼 혹은 ATM 처럼, 자판기처럼 바로바로 구매를 하는 거죠.

저 같이 음악을 좋아하는 귀차니스트들은 유용하게 이용할 것 같아요. 맨날 선 찾아서 컴퓨터에 연결하고 뽑고 이런 걸 집에서 하느니 밖에서 규격화 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하는 거죠. 점원이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더 좋겠군요.

기존의 레코드점을 거점으로 해도 되고 따로 조그맣게 시작해도 되겠죠. 무선 인터넷이 본격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텐데 그 사이에 해봄직한 서비스 아닐까요?

꼭 디지털 음원 뿐만이 아니예요. 각종 영화와 드라마들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비디오 렌털샵도 유용한 거점이 되겠군요. 소스만 확실하다면 각종 디지털 기기에 각종 디지털 컨텐츠를 업로드 시켜주고 돈을 받으면 되겠군요. 요지는 꼭 온라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기계치도 있고, 나이든 분들도 있고 말이죠. 조금만 생각하면 재밌는 서비스가 많아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