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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디 워 이야기들에 대한 잡담

여기저기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 때문에 시끄럽군요. 들인 금액과 만드는데 걸린 시간, 영화의 질(?), 재미, 기술적 측면, 심지어 마케팅 쪽까지 정말 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영화는 별로 안 땡기는데(^^) 몇 백만까지 갈지는 궁금합니다. (아, 스티브 자브론스키의 음악도 궁금하고요. ^^)

어쩄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생긴 궁금함 몇 가지입니다;;;

하나 왕따?

'심형래 감독이 충무로에 왕따를 당해왔다', '다들 심형래를 영화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왕따 이야기에 '아니다, 충무로가 언제 그런 적 있느냐', '충무로가 무슨 하나의 조직이냐. 그렇게 뭉칠 수나 있으면 좋겠다' 등의 반박이 있지요.

이런 이야기에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예전에 왜 심형래 감독은 기존의 영화인들과 컨택하지 않(못)했을까 하는 것이예요.

심형래 감독이 항상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예전에 영구 시리즈 만들 때 아무도 극장을 안 내줘서 구민회관, 시민회관, 도서관 등에서 상영했었다고 하잖아요. 제 기억으로도 그래요. 꼭 개봉관에서 안하고 시민회관에서 하더라고요. 당시에 정말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이어서 엄청난 흥행이 됐었다고들 하잖아요. 잠정적으로 몇 년 동안 국내 흥행 1위였다는 소문도 자자하고, 당시 그 영화들로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고요.

여기서 이해가 안되는 건 아무리 영화가 후지든 심형래가 영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든 간에 돈이 되면 극장에서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받아들였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죠. 조폭 시리즈 하나 유행하면 몇 년간 너도 나도 따라 만들고, 틈만 나면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려는 사람들이 왜 심형래 감독과 그의 영화들은 가만 두었는지 참 궁금해요.


지금만 봐도 그래요. 각종 미디어에서도 <용가리> 때보다 상세 리뷰나 특집기사 등 더 잘 대해주고, 심지어 씨네21은 <디 워> 특별부록까지 주잖아요. 쇼박스가 나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요.

정말 그동안 심형래 감독이 기존의 영화인들의 충고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하려다 그런 걸까요, 아니면 기존의 영화인들이 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무시했던 걸까요?

애국심 마케팅?

과연 <디 워>가 지나친 애국심 마케팅을 벌이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지요. 심형래 감독은 이전부터 미국에 몇천 개 (몇백 개) 극장에서 개봉한다느니, 순수 우리기술이라느니 이런 말을 강조하잖아요. 최근에도 그런 말들에 추가로 아리랑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영화 자체보다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건 비겁한 거 아니냐는 게 논란의 요지겠지요.

하지만 역시 궁금한 건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최근 영화만 봐도 <밀양>의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때 한국 최초이고 아시아 최초 (장만옥은 영어를 사용하는 영화에 나왔다면서 조금 다른 경우라고 했었죠)라고 홍보했잖아요.

<밀양> 뿐만이 아니죠. 밖에서 상 받은 영화는 어떻게든 그걸 영화 홍보와 흥행에 연결을 시키죠. 해외에 사전 판매로 비싸게 팔렸다느니, 수출이 잘 되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느니 그런 말들은 다들 쉽게 듣는 이야기잖아요. 실제로 요즘은 그렇게 홍보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잖아요. 물론 <밀양> 같은 경우는 이창동 감독이 직접 그런 게 아니라 홍보팀의 입과 글을 빌려서 된 경우이니 <디 워>처럼 심형래 감독이 직접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거랑 차이가 좀 있긴 하죠.

하지만 또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면 요즘은 영화 출연 후 배우들이 각종 인터뷰 때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은 '한국 영화 사랑해주세요' 라고 멘트잖아요. '좋은 영화 많이 봐주세요' 가 아니라 '한국 영화 화이팅!' 이잖아요.

이건 예전에도 그랬죠. FTA 스크린쿼터 축소 때도 '좋은 영화, 문화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독립영화, 저예산영화'를 지키고 사랑해주세요…가 아니라 '한국영화를 지켜주세요' 였잖아요.

그렇다고 <디 워>가 애국심을 자극하는 말을 아주 안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영화들에 비해 지나치게 이용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빠져들잖아요. 문제라고 한다면 인터넷 등에서 심형래 감독과 그의 열정 등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과격한 행동들을 하는 분들(-_-)이 문제인 거겠지요.

그러면서 한번 생각해봤는데, 최근 영화 중 애국심 마케팅이라 불릴만한 건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나저나 과연 어느 정도가 과도한 애국심 마케팅인 걸까요?

올라운드 플레이어?

세번째는 궁금함은 간단합니다. 왜 심형래 감독은 직접 모든 걸 다하려고 할까요? 이건 궁금함이라기 보다는 아쉬움입니다. 열정도 열정이겠지만 감독부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마케터 등의 역할을 혼자서 다 하지 말고,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 한가지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심지어 그가 종종 이야기하는 스필버그도 직접 시나리오를 쓰거나 특수효과를 책임지지는 않잖아요.

아무래도 욕심이 많은가 봐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런 영화들은 솔직히 잘 나오지 않고, 괴수영화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제작되지 않고, 한국의 그래픽 기술력은 헐리우드에 비해 역시 안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영화를 노골적으로(?) 수출액과 비교하면서 많이 팔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그런 걸 다 이루기 위해서라도 혼자서 하기 보다는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디 워>에서도 CG는 국산기술력이지만 사운드와 음악은 헐리우드 기술력인 것처럼 말이죠.

개인적인 바램은 심형래 감독이 B급영화든 헐리우드형 블럭버스터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런 영화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꼭 감독이 아니어도 괜찮고요, 꼭 헐리우드와 맞짱 뜨지 않아도 좋아요. 예전 우뢰매 보면서 시민회관 안에서 '우와아아-' 했던 기억이 나요. 정말 신났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