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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world/and more

선관위만 있나, 우리도 있다 - 보수 종교인들과 언론사들

우리나라에서 정치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면 안되는 사람들은 바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이랍니다. 파란 하늘을 좋아하면 한나라당 편드는 거고, 노란 셔츠를 꺼내입으면 노사모가 되어버리는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죠.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위원회인데, 본연의 업무인 관리, 감독하는 지켜보는 심판 입장이 아니라 이처럼 경기에 직접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 중입니다.

미디어 오늘 - "입 다물라?" 네티즌들, 선관위 결정 반발
chaosmos 諸法共和/空華'의 기록과 생각 - 선관위 330 - 300 패러디

그런 선관위가 너무 부러웠는지 나서는 부류들이 또 있지요.

1 보수 목사들

사학법에 목숨 건 나머지 이제 사학법에 참여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한답니다. 하긴, 제대로 된 세금 한 푼 안내는 기업들을 운영하는 당당한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가들이 어찌 그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아버리겠습니까. 그들의 상당수가 전도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인 채 (건물)증축과 탈세, 세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익숙하지 않던가요.

잠깐. 그러고 보니, 자기 마음대로 건물 짓고, 세금 마음대로 안내고, 세습에만 열심인 사람들이 두 부류 더 있긴 합니다. 저기 북쪽의 지도자 동지 일당과 여기 남쪽의 재벌 일가들이 그들이죠.

한겨레 - 보수 목사님들 ‘내가 너희를 낙선케 하리니…’

이명박은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했으니 이쪽 동네 사람들에게 찍힐 걱정은 앞으로 영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2 신문사들

지난 몇 년 간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에 직접적으로 훈수를 둬온 건 오래된 사실입니다. 중앙일보도 이에 뒤질 수 없죠. 클린턴이 부시를 엿먹였인 캠페인 문제는 경제다, 이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를 인용하며 사설을 적어야 할 자리에 한나라당에게 줄 진한 연예 편지를 공개합니다, 문제는 정권교체다, 이 바보야.라며.

신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며 이회창을 대대적으로 밀던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의 길을 따라 중앙일보도 권력에 대한 야욕을 스스럼없이 칼럼에 드러내는 중이죠. 너무 노골적이라 솔직히 무섭습니다.

아, 맞아요, 권력과 패권에 대한 욕심을 편집증적으로 분출하는 두 부류가 또 있죠. 저기 북쪽의 지도자 동지 일당과 저기 물 건너의 쌀 많이 나는 나라의 사람들을 지도하는 원숭이 대통령 일당들 말이죠. (옆나라 극우 원숭이들과 햇갈리면 낭패; )

중앙일보 - [문창극칼럼] `문제는 정권교체다, 이 바보야`

3 방송사

그러고 보니, 대놓고 봉사하고 매일매일 열심히 뛰는 신문사들의 충성심에 자극받았는지 방송사까지 분발했지요.

대선을 꼭 6개월 남겨놓은 내일부터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특정인을 지지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고 하는데, 하지 말라고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자제하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SBS <8 뉴스> 클로징 멘트 중에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와 같은 바이럴 마케팅마저 먹혀들지 않으면 결국 초강수인 위협 (협박)을 하게 되나 봅니다.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공동의 가치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고 그 결과를 널리 알리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렇게 살아야 할 시민들을 향해 뒤통수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군요.

이쯤 되면 악법도 법이던 시절에 그 악법을 잘 따르며 나팔수 역할을 했던 매스미디어 회사들이 그 시절 국민을 협박하던 전통이 남아있는 거냐고 비아냥 거릴 수 밖에 없잖아요. 문제는 지금은 21세기라는 거. 밀레니엄 버그의 공포, 종말론의 혼돈, 2002년 월드컵까지 지나간 21세기라는 거죠.

그나저나 저 위의 기사를 보면 선관위 왈, '낙선대상자 명단이 한기총 내부 홈페이지에 있으면 괜찮지만, 공개된 홈페이지에 있으면 안된다'는 기묘한 논리로 자기들의 수준이 최고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냅니다. 혹은 자기들은 오프라인에서 활동할 때의 인격과 온라인 상에서의 인격이 다른 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은가 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교회에서 목사는 자신들의 권력, 금력을 빼앗아 가는 정치인들을 향해 낙선운동을 해도 되고, 신문사는 한 정당이 또 다시 정권교체에 실패할까봐 바보라는 표현까지 쓴 주필의 칼럼(을 빙자해 적은 한 정당을 향한 러브레터)을 인터넷에 공개해도 되지만, 인터넷 상에 조그만 집 짓고 사는 네티즌들은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아요.

심지어 피선거권을 가진 자들은 서로 상대방의 비리가 더 크다고 그 동안의 범법 사실을 하나씩 까발겨도 법의 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데, 선거권을 가진 네티즌들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지 않으면 위법이라니요.

그나저나 - 교회에 모여 사학법 개정운동 한 정치인들을 어떻게 낙선시킬지 궁리하는 도중 마침 집어든 신문사설을 읽으며 한나라당의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하다가 인터넷을 켜면 갑자기 돌변하여 '아저씨, 정치가 뭐예염? 우린 그런 거 몰라염. 도토리 캐고 ucc 보고 지식즐에서 놀거예염. 우린 정치가 싫어염. 얼짱 각도 사진, 스타크래프트, 멋진 연예인들 소식이 제일 좋아염' 모드가 되는 사람들을 상상해보니 참으로 엽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