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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n Sydney/2004년 6월

Lonely Hearts Club

주말이지만, 아침부터 움직였다. Jeffrey가 가르쳐준 Bankstown의 Dick Smith로 갔다, 나의 핸드폰을 위하여 (여기서는 핸드폰을 그냥 mobile 이라고 부른다.). 이것저것 보다가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역시 아무도 몰랐다 - 한국으로 sms를 보낼 수 있는지. 가는 곳마다 물어봤는데 - 그리고 어찌보면 별로 중요한 기능도 아닐 것 같은데, 솔직히 여기서 핸드폰을 사는 사람 중에 외국으로 sms를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그것도 (CDMA 방식을 채택한) 한국과 sms가 전송 가능한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오늘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갔던 모든 점포에서 다 모른다는 대답을 들어서 이젠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점원에게 그 기능이 있느냐고 물어보다가 그냥 상관없으니 싼 걸로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international sms (..라고 OPTUS쪽엔 적혀있긴 하더라) 를 모르는 그 점원, 오히려 그게 불확실하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자고 하고 말았다. internet cafe에 가서 직접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참고로, 현재 호주에서는 OPTUS와 Telstra가 가장 잘 나가는 모바일 서비스 회사(인 듯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SK와 KTF 정도 되겠지. 그 밖에 Vodafone, Orange, 3C(맞나?), Virgin 등이 있다. John과 Tessie, 그리고 핸드폰에 대해서는 대단한 지식을 자랑(?)하는 Grace의 말에 의하면 OPTUS, Telstra가 가장 안정적이고, Vodafone까지는 괜찮은데 다른 건 비추천이라고 한다. 마치 찬밥신세, 천덕꾸러기 우리나라의 LG텔레콤을 보는 듯;;;

나간 길에 John은 Hungry Jack's에 가서 햄버거를 사왔다. 솔직히 Hungry Jack's의 햄버거는 처음 먹어봤는데, 어라- 포장지에서부터 와퍼 Woffer라고 적혀있는 게 아닌가. 먹어보니 BK (Burger King)의 와퍼랑 맛이 똑같다. 때마침 박학다식한 John의 설명이 이어졌다. BK를 호주에 처음 들여온 사람이 Jack (Cowin ?) 이라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그가 들여올 때는 상표권(?) 문제 때문에 Hungry Jack's라고 이름 붙여 들여왔는데, BK가 그 후에 다시 BK 고유 이름으로 들어와서 호주에는 두가지 BK - 즉, 원래 BK와 Hungry Jack's 이렇게 2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호주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가 되겠지.) 흠... 믿거나 말거나. (이거 사실인가요?)

살짝 추워서 조끼를 입고 있으니 되려 뜨뜻해져서 점심 먹고 솔솔 잠이 왔다. 잠깐 졸다가 정신 차리고, 앞으로 뭔가 해야할 것들, 정리할 것들을 차례로 정리하고 나니,

두두둥둥.

드디어 때가 왔다. Saturday Night Fever. 그냥 옷 입고 있던 채로 나가는데, 어랏. Missy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 Tessie는 화장도 하고, 역시 John은 거의 평상복 차림. 잠바 하나 걸치고 목적지로 향했다. 무슨 wood인데 까먹었다 (아아- 길치길치길치. Burwood였나?). 가는 길에 Grace를 태우고, 도착하니 Bob과 Viki (둘은 부부), 그리고 Virgie가 와 있었다 (Virgie와 Don이 부부). 2층으로 올라가서 (댄싱홀이 2층) 입장료가 $15여서 서로 나는 안들어가네 들어가네 춤을 못추네 안추네 춰야하네 그러고 있다가 안 들어갈 사람, 들어갈 사람 정했는데 거기 기도가 나는 복장상태가 불량해서 못들어간단다. -o-

한마디로 그 곳은 '짝잃은 외로운 외기러기 짝 찾는...', Lonely Hearts Club 이었던 게다. 거기 이름도 Singles Sydney 였나? 암튼. 양복 (비슷하게라도, 적어도 평범한 면바지라도) 입어야 하고, 신발도 구두를 신어야 하는데, 나는 그냥 펑퍼짐한 바지에 (리트머스님- 리트머스님이 준 그 바지예요;; 이른바 건빵바지) 운동화 신고 갔으니 당연히 안되지.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그래도 들어가던데, 나는 얼굴까지 어려보이니 (수줍;; ) 더욱 안된게지 (...라고 생각한다. -_-v).

가자고 선동했던 Grace와 Virgie는 당연히 입장, 옷 차려입고 온 Missy는 얼떨결에 입장, 그런 Missy를 보호하기 위하여 Tessie도 동반 입장, Bob과 Viki, John, 나는 들어가지 않고 1층에 앉아서 맥주를 먹었다. 먹고 있으니 마오이족이 나와서 퍼포먼스를 한다. 그... 골반춤-_-도 추고, 불쑈-도 하고, 관객들 불러들여와서 함께 골반춤도 추고;;; 카메라를 가져갈 걸 그랬나?

어쨌든 좋은 경험. 사실 Missy와 나는 John이나 Tessie 세대와 아주 잘 어울리는 건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 (흠. 그렇다고 Missy와 내가 동세대냐. 그것도 사실 애매하지. 딱 10살 차이다. -o-) 사실 적어도 이모, 삼촌 뻘이고 잘 하면 어머니, 아버지 뻘 되니까. (거기서도 John이 나보고 '안들어가길 잘했다, 들어갔으면 여자친구가 아니라 어머니를 구해야 했을 거다.'라며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할 정도였으니;;; )

돌아오는 길에 Bob과 Viki가 차안에서 싸운 모양인데, 부부싸움 하는 모습은 역시 서양이나 동양이나 비슷하다 (한쪽이 동양인이기 때문에 그런건지도; ). 그걸 바라보며 약올리기도 하고, 농담으로 넘겨줄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비슷하고. John과 Tessie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틱틱 거릴 때도 비슷함을 느낀다. 다 좋아하니까 싸우는 거지, 뭘. Bob과 Viki, 둘 다 나보고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란다. 결혼하면 잃는 게 많고, 이렇게 싸우기만 한다고. 둘이 싸우는 중이라 그냥 웃어넘겼지. (근데, Viki가 좀 심하게 화가 나긴 했다. Bob이 잘못한 건 사실이니까;;; )


Saturday Night Fever를 기대하며 가는 차 안에서 문득 생각난 두가지.

1. 동반자나 보호자(?)가 있더라도 반드시 신분증을 챙겨가야지. John과 Tessie가 괜찮다고, 설마 나이 때문에 못들어가겠냐고 해서 아무것도 안가지고 갔지만, 사실 나야 그 때문이 아니고서라도, 현지인이 아니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항상 신분증 -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진 여권을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문득 토론 프로그램에서 여성운동하는 사람과 보수단체를 대변하는 사람이 나와서 토론했던 게 생각이 났다. 김철수와 이영희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성은 '김이'가 된다거나, 혹은 성을 아이의 자율에 맡기는 건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고 주장하던 보수단체측의 사람의 말. 사실 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 그러면서 그 반대하는 측 사람의 예 중의 하나가 외국에서는 결혼하면 여자의 성까지 바뀌는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라고 했던 말.

차 안에서 머리 속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그래도- 그들은 결혼해도 언제나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굉장히 중요한 차이다. 생활 속에서 서로의 존재가 동등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집사람, 마누라, 여편네, 누구네 엄마로 불리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길 강요당하고 - 반대로 누구네 아빠, 바깥양반으로 불리며 돈벌어오는 기계가 되어가는 우리네 현실과는 시작점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후배들과 술 먹다가 마누라가 낮춤말이냐 아니냐 가지고 이야기하다가 조금 과열되었던 적이 생각난다. 그 후배는 얼마나 정겨운 우리말이냐, 자기는 결혼하면 마누라라고 부를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건 낮춤말이 아니겠느냐, 내 배우자가 '마누라'라는 호칭으로 불려지는 건 싫다고 했었는데, 이런 차원조차도 아니라는 것. 어떻게 부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부터 오는 차원이 아닐까 싶은 생각. 흠... 문화의 차이인지, 인식의 차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게 그건가;;;)

그래서 결론은, 다소 엉뚱하지만- 호주제 폐지하라! (...라고 외치며 써머즈, 호주에서 주먹 불끈 쥐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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