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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웹2.0 즈음에 하는 웹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

마샬 맥루한과 미디어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마샬 맥루한의 말에 따르면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또한 그가 쓴 책, 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에 의하면 미디어는 핫 미디어 (hot media)와 쿨 미디어 (cool media)로 나뉠 수 있다.

핫 미디어란 영화처럼 한 가지 감각에 집중도와 정세도가 높아서 상대적으로 수용자의 참여도가 낮은 미디어를 뜻하고, 쿨 미디어란 텔레비전처럼 수용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각을 사용하게 만드는 참여도가 높은 미디어를 뜻한다. 즉, 미디어가 가진 정세도와 수용자의 참여도 - 이것이 구분의 기준이다.

영화는 해상도가 높아서 집중이 쉽다. > 핫 미디어
텔레비전은 해상도가 낮아서 보면서 자꾸 딴 생각을 한다. > 쿨 미디어

라디오는 청취자를 집중하게 만든다. > 핫 미디어
전화는 청취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 쿨 미디어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는 좋고 나쁘고의 개념은 아니다. 핫 미디어가 '주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쿨 미디어는 '리액션'을 이끌어 낸다. 우리는 '주입'이라는 말이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주입'을 받아 사회화 되고 규범을 익힌다. 이들은 그저 역할이 다른 것 뿐이다.

그런데, 어떠한 미디어가 한가지 형태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청취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청취자에게 생각을 열어주고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과거에는 쿨하다고 여겨졌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이제 각종 자막과 다시 보여주기 편집 등을 통해 점점 청취자를 집중시키고 있고.

그렇다면 '현재의 웹'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일까.

솔직히 난 사람들이 웹을 미디어라 규정하는 것이 싫지만, 어느새 웹을 미디어로 보는 마케팅과 포지셔닝이 대세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컨텐츠'라는 말도 나올 수 있는 거고, '파워블로거'나 '영향력' 같은 말도 있는 거겠지. 하지만, 종종 생각한다 - 웹은 미디어로서만 (산업적인) 가치가 있는 걸까?

정보는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 (웹과 정세도)

웹은 예전엔 굉장히 느슨한 미디어였다. 하지만 무한한 정보의 바다였고 아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좁고 자유로웠던 과거에 비해 현재의 윕은 재밌는 실험과 실용적인 개념들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점점 단단해지고, 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메시지를 생산해내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확대 재생산, 변형, 왜곡까지 해내고 있다.

웹2.0의 화두라고 말하는 개방과 공유, 의미 같은 것들이 나오기 전 웹은 포털 위에 서 있었다. 웹은 오래 전부터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과거로부터 그 양방향성이 제대로 기능한 적은 없었다. 링크와 이메일이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을 때 포털은 자신들이 선점한 우위를 점차 확장해 나갔고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 안에서 '제한된 정보'와 '제한된 서비스'를 전부인 양 제공했다. 야후의 한국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한국의 인맥 문화를 디지털로 치환시킨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은 점점 많은 컨텐츠와 메시지를 그 안에 가두고 있는 중이다. 통째로 먹을 수 없으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네이버는 각종 정보를 자신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포털 대전에서 승리한 네이버는 노예들을 앞세워 전쟁터에서 전리품을 획득하는 제국처럼 사용자들로 하여금 각종 정보를 외부로부터 끌어오고는 나가는 문을 닫아둔 채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재미있는 건 전투에서 패한 다른 포털이나 서비스들도 이러한 네이버식 포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이나 SK커뮤니케이션즈나 좀비에 물린 사람들처럼 자신들을 패배시킨 네이버의 방식대로 차근차근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관문의 기능으로 만들어진 포털들이 그 자체에 없는 게 없어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가기 힘든 제국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웹2.0의 참여는 누구를 위한 참여인가 (웹과 참여도)

웹2.0이 혹은 UCC가 '동영상'이라고 주장, 방조, 동조하는 사람들을 한편으로는 이해하려고 한다. 여태껏 웹은 한 가지 감각에 지나치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텍스트 지향 운동'은 말 그대로 텍스트 (문자)가 우월함을 은연 중에 드러낸 운동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인프라의 확대로 메시지가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동영상으로도 유포되는 시대가 왔다. 아니 '웹상의 이미지와 동영상도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니 위의 운동은 요즘 같으면 '컨텐츠 지향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기존의 웹은 시각감 중에서도 특히 문자를 우대해 왔다. 모니터 속의 이미지나 동영상의 경우에는 실제와는 다른 왜곡이 불가피하거나 정보량이 크다는 특성상 웹에 적절한 수단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텍스트의 경우에는 전혀 왜곡되지도 않고, 정보량이 크지도 않으니 웹에서 사랑을 받았던 게 당연하다고도 느낀다. 시감각을 이용한 다른 수단들도 이렇게 찬밥신세였는데 다른 감각을 이용한 것들은 오죽할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파드캐스팅은 웹이 청감각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어준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웹이 돈을 벌어다준다는 장미빛 기대들이 오프라인 미디어들을 웹으로 끌어들였다. 신문,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등 모든 미디어 (mass media)들이 미디어 (mean)를 바꿨고, 오프라인에 세웠던 자신들의 영역을 온라인으로 확장해 나갔다. 그리하여 자발적이고 실험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던 웹에 보편적이고 폐쇄적인 내용들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윤전기와 지사를 가지고 있는 신문사는 신문기사를 펼쳐놓기 시작했고, 방송 채널을 가진 방송사는 실시간 보기와 VOD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검색 엔진과 검색 로보트라는 도구를 가진 포털은 이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결국 사람들은 두 손을 이용해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이 두 손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며 수동적인 자세로 인터넷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온라인 미디어들은 UCC라는 영웅을 만들어 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결국 UCC는 컨텐츠가 아니라 동영상이 되었지만 (다음의 공이 크다), 다행히도 '참여'라는 측면에서는 그 맥락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미디어와 자본이 인터넷을 장악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유머글로, 재치있는 패러디 이미지로, 판타지 소설로, 흥미로운 리뷰들로 인터넷의 한 축을 개인들의 이야기로, 개인들의 창작물로 채워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지금의 웹2.0이니 UCC니 하면서 사용자들에게 하는 참여에 대한 요구는 "기존 미디어가 벌이는 이벤트에 참여", "자본이 선도하는 유행에 동참" 하자고 하는 것이다.

웹2.0은 어떤 미디어가 될까

정말 웹이 참여의 마당이 되려면, 참여하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갖추려면 서비스를 포털이나 특정 회사에 종속시켜서는 안된다. 웹은 그저 플랫폼의 역할로 물러서고, 그 안에 개인들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요즘 스스로 미디어를 지향하는 혹은 또 하나의 포털 혹은 보털 (vertical portal)을 지향하는 많은 서비스들은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과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미디어는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신문이 그랬고, 텔레비전과 영화가 그랬다. 지금도 매일매일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문화와 사상을 전파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웹은 어떤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는가.

혹은 우리나라의 웹은 핫 미디어일까, 쿨 미디어일까 - 분명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여러 포털들이 회수 건너 대박을 터트린 "당신이 바로 미디어" (유튜브) 서비스에 자극 받아 열심히 UCC를 밀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UCC는 보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UCC들은 이미 오래 전에 오프라인에서 유행했던 자료나 TV 프로그램의 편집, 뮤직비디오, 기업들의 UCC를 흉내낸 광고이거나 해외에서 제작되어 건너온 UCC들이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는 아직 UCC를 만들 여건이 되지 않은 걸까? 강요되는 교육, 돈 많이 벌기 위해 하는 수동적인 공부 (혹은 일), 의미를 담아내야만 하는 강박적인 엄숙주의 등등 오프라인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캠코더나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컴퓨터로 옮길 수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싶기도 하고.

결국 한동안 포탈들에게 UCC는 다음 유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마지못해 유지시켜야 하는 수단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