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view & mind

애플의 아이폰 TV 광고를 보다가 문득 - 저작권과 공유정신(?)


 We can say hello to iPhone soon.
(Apple iPhone TV commercial)

유명인사들이, 유명 영화 속 주인공들이 아이폰과 (혹은 애플과) 전화를 합니다. 여보세요~ 컨셉도 깔끔하고 영화 배우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분명 저 수많은 영화 장면에 대한 저작권을 획득했겠죠? 대단합니다. 문득 세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저작권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정말 돈으로 안되는 건 없구나-
(2) 돈이 얼마 들지 않았더라도 어쨌든 각 스튜디오와 일일이 협상을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고 해도 대단한 정성이지.
(3) 만약 저작권을 관리하는 곳이 있어서 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면 그 합리적인 시스템에 박수를.

반면 지구 반대편인 여기에서는 무슨 오마주니 패러디니 하면서 표절을 하는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재즈 스타일의 제이팝이 소문없이 신세대 트로트 가수의 곡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원곡을 허락없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외에서의 리메이크가 줄을 잇고 대박 히트를 쳤지만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댄스그룹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사례는 오래 전부터 너무 당연한 것들이어서 다시 적는 게 우스울 정도죠.

아래부터는 거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한참 적다보니 어디까지 갈지 몰라 중간에 싹뚝 마무리했다는 것을 염두하고 읽어주세요. ^^

저작권자와 창작자

구체적인 사항을 외우고 있지는 못하지만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이 저작권법이라고 할 때 솔직히 현재의 저작권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이는 저작권법의 문제가 아니죠.

저작권자와 창작자가 항상 일치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개인으로 이루어진 창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발표하기 위해 여러 매체를 이용하는데, 이미 자본을 가진 거대한 매체들이 이들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회사에 소속되어 히트곡을 만들어 내지만 매월 정해진 월급을 받는 신인 작곡가들, 이통사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아 음반을 제작하는 신인 뮤지션들, 스타가 되기 위해 노예 계약도 서슴치 않는 신인 연예인들, 형편없는 인세 계약을 하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현행 저작권법의 밖에 있는 거죠. 합법적으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거죠. 씨도 뿌리기 전에 밭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농부들과 중간상인들 간의 관계처럼 말이죠. 자본이 법에 앞서 있는 거죠.

물론 창작자의 권리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공동 창작물의 경우 열심히 만들어 놓은 창작물이 창작자들간의 의견차로 인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수십, 수백명의 사람이 참여해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다 보면 제대로 유통될 수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도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원천적으로 주장할 수 없는 구조가 있다는 걸 인식한다고 할 때, 웹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예요.

공유 그 자발적인 행위

이쯤해서 '공유'라는 것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도 될 듯 합니다. 저는 공유란 매우 자발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절대 강요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공유 = 공짜라는 생각도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공유는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럼 '판매'와 '공유' 사이에 무슨 차이점이 있나 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의 값어치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무언가를 제공한다면 전 그것까지도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중간에 자본의 지배를 받는 대형 미디어 (매개체라는 뜻의 미디어입니다)의 개입 없이 개인을 이어주는 매우 훌륭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그러고 있고요.

우리가 창작자들에게 지불하는 수단으로 꼭 금전적인 댓가만을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멋지다, 잘한다는 댓글도 있을 수 있고, 분석적인 피드백도 있을 수 있으며, 창작자를 위한 용역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할 수도 있겠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웹서핑을 하다보면 자신의 글이 허락없이 링크되는 것조차 신경질을 내는 분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절대 링크 불가, 허가를 밝힌 인용도 절대 불가를 말하시는 분들이죠. 가끔 이런 분들 중에는 이미 출시된 영화의 한 장면이나 음원, 그림 등에 대한 리뷰를 적는 분들도 있죠. 저는 그럴 때 한참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대체로 이미 출시된 음원을 허락없이 버젓이 자신의 공간에 올려놓고 자신의 글은 철저히 자신의 통제 안에 있길 바랍니다. 또는 자신이 정한 라이센스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죠.

하지만 솔직히 제가 보기엔 넌센스예요. 공유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혹은 저작권의 범위를 생각하기에 앞서 저는 웹상에서의 링크나 출처를 명기한 인용 정도는 언제든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합법적이라거나 옳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하이퍼링크와 피드백으로 이루어진 곳인 인터넷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예, 그 정도를 '강요할 수 있는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의 창작물을 허락없이 사용하거나 인용한 글들은 자신만의 라이센스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개인간의 거래를 위한 서비스

저는 가끔 상상해요. DVD를 보다가 음악과 음향이 너무 좋아 감동을 받을 때면 음악과 음향을 담당한 사람들에게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해당 음악가의 계정에 얼마라도 보내주고 싶어져요. 물론 때로 그 음악가는 이미 부유한 사람이어서 제가 보내려는 푼돈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제가 감동을 돈으로 환산하는 싸구려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DVD로 출판할 수 없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가난한 제작팀의 경우라거나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창작을 하는 외로운 작가, 혹은 숨겨진 멋진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영세 제작사의 경우라면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보탬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철저히 개인화된 환경인 인터넷은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매우 적절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는 그 인터넷을 개인들이 즐기고 학습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니, 이런 거리를 만들어 준 또다른 개인들에게도 무언가 이익을 돌려주는 방법이 생기면 좋겠어요.

외국의 경우 이미 PayPal 이라는 서비스가 유명하죠. 저는 이 서비스가 매우 부러운 게, 이런 서비스의 활성화는 이미 개인들끼리의 거래가 매우 쉬워졌음을 의미하는 거잖아요. 즉, 컨텐츠만 좋으면 혹은 코드만 맞으면, 타게팅만 적절하면 거대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컨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유사한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비슷한 규모의 서비스가 여러 개 존재하면서도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 불편함 때문에 온라인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힘들었고, 액티브엑스를 깔아야만 하니 오프라인에 있는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어려웠죠.) 우리나라에도 개인간의 거래가 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서비스가 있다면 정말X100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여기저기 닫혀 있는 서비스들 투성입니다. 보다 많은 서비스가 열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