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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 Paravonian의 파헬벨 이야기


한 남자가 기타를 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주 유명한 멜로디를 먼저 들려주죠. 바로 파헬벨의 캐논 (Pachelbel's Canon in D, 독일 발음으로는 카논이라고 하지만 편의상 캐논이라고 하죠.) 입니다. 괴짜이기 때문에 이 노래를 안다는 언발란스한 유머를 들려주며 슬슬 본문으로 들어가죠. (사실 영어를 잘 몰라도 음악 좋아히시는 분들은 대충 이해가 될 거예요.)

원래 그는 기타보다 첼로를 먼저 연주했었다고 합니다. 첼로는 아주 좋은 악기죠. (저도 정말 첼로를 좋아합니다.) 파헬벨의 캐논에서의 첼로 파트는 정말 최악이라고 하는군요. 파헬벨의 캐논은 실제로 8개의 코드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D - A - B - F# - G - D - G - A 가 바로 그것이죠. 첼로는 연주 내내 단지 이 음만을 54번 반복한다고 해요. (진짜인가요? 흐흐.) 그가 세어봤대요. -o- 바이올린, 비올라, 세컨 바이올린 모두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 첼로는 단지… 그렇다고 합니다. (크크크)

그래서, 생각하게 됐답니다. 왜 파헬벨은 이 아름다운 악기를 가지고 그런 짓을 했을까. 그가 생각해낸 이유는 바로 그가 첼리스트랑 데이트를 하다가 차여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멜로디를 첼로에게 주었다는 거죠. (크크크)

그래서, 그는 더 이상 클래식 뮤직을 듣지 않기로 작정했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파헬벨(의 멜로디)는 어디를 가나 그를 따라다녔대요. 조카의 8학년 졸업식에 갔는데 노래를 부르더래요, 노래 제목은 비타민 씨의 Graduation. (코드가 캐논의 그것과 같지요.)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라디오를 틀었는데 에어로스미스의 Crying이 나왔군요. (역시 같은 코드) 집에 와서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포크 음악을 들었는데 미 퍼스트 앤 더 기미 기미스의 One Tin Solider가 나왔고요. (역시 같은 코드) 누구나 파헬벨의 코드를 이용해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 거죠.

심지어 그는 이제 타코벨도 가지 않는대요. 발음이 너무 비슷해서 (파헬벨의 영어 발음은 파커벨이니까요). 성도 모르는 파헬벨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거죠. 그를 미워하며 시간을 보냈대요. (크크크) 설마 모든 노래에 그의 음악이 따라다니겠냐 싶었지만 실제로 그랬다는군요. 블루스 트레블러의 Hook에서도, 펑크락 밴드 그린 데이의 Basket Case에도 나오고 있죠. 아, 모든 노래에 들어있어요. 그리고 그는 몇몇 곡들을 부르며 끝을 냅니다. 아아, 너무나 슬프지만 그보다 몇 백배 재밌는 이야기예요. :p

다음은 이 코미디에 사용된 음악의 리스트입니다.

Vitamin C - Graduation
Aerosmith - Crying
Me First & The Gimme Gimmes - One Tin Soldier
Blues Traveler - Hook
Green Day - Basket Case
Matchbox 20 - Push
Bush - Machine Head
U2 - With or Without You
Natalie Imbruglia - Torn
Arvil Lavigne - Sk8er Boi
Twisted Sister - We're Not Gonna Take It
Bob Marley - No Woman, No Cry
Beatles - Let It Be

p.s. 사실 위의 곡이 전부 캐논의 진행을 따르고 있는 건 아니예요. 몇몇 곡들은 단지 4개의 코드만 같죠. 하지만, 이건 단지 코미디잖아요. 개인적으로 With or Without You와 No Woman, No Cry까지 나왔을 때는 정말 웃기더라구요. :)

p.s.2 조가 달라도 진행 방법이 같으면 같은 진행 (progression)이라고 하죠. 캐논의 진행을 일반적으로 표기하면 I - V - vi - iii - IV - I - IV - V 입니다. 우리나라 음악도 찾아보면 많이 나올까요? 가스펠 쪽 (혹은 가스펠 풍)은 확실히 많을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