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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harge my life

오랜만에

오랜만에 호사가님과 리트머스님을 만났다.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하러 인사동의 한 술집 'ㅇㅃ ㅇㄹㅇ ㅈㅇ'에 가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한참을 떠들었다. 여느 때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최근에 본 영화들 - <묵공>이 어떻고 <데스노트>가 어떻고,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그 쪽도 우리가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영화 'ㄱㅁ'이 어쩌고 하며 소리가 높아져서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니 아니, 저 사람은 'B감독'이 아닌가. 젊은 사람들하고 단촐하게 온 걸로 보아 내일부터 열리는 2007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때문에 근처를 들렀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작은 소리로 '어~ 저 사람 B감독이었네요?', '누구?', '어, 정말?' 뭐 이런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또 다시 한참 우리끼리 이야기를 했다.

재밌는 건 여기서부터. B감독 일행들이 나가고 난 후 호사가님이 해 준 이야기. 나와 리트머스님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호사가님은 우리가 자리에 앉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혀 신경도 안쓰고 (싸인이라든지 힐끔힐끔 쳐다본다든지 등의 행동) 우리끼리 열심히 영화 이야기를 하니까 처음에는 작게 이야기하던 그 쪽에서 점점 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B감독이 'ㄱㅁ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 때문에 쳐다본 거니깐.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그 쪽을 관찰했던 호사가님의 주장(?)으로는 우리가 그 쪽에 전혀 신경을 안 쓰면서 열심히 영화 이야기를 하니까 그 쪽도 점점 소리를 높아졌던 거라고 했다. 마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인 것처럼.

그러고 보니, 호사가님이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플란다스의 개>를 보려고 했는데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가 찾아졌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게 생각났다. 리트머스님은 우리가 알아챈 후 "야- 그런데, 난 전혀 못 알아 봤어. 캐논 광고에서 보는 거랑 또 다른데? B감독 머리 작은 줄 알았는데… 그 광고에서 카메라가 참 작아보이더라." 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했던 것도. (물론 듣지는 못했겠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