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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라디오 스타 - 혼자 빛나는 별은 없지

새앙쥐 상륙 작전

1 오래된 정서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여기저기 영화 잡지에서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내겐 이 영화가 대단히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주류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줄거리에 공감했기 때문일까? 일상과는 멀리 떨어진 저 먼 기억 속에 있는 영화 하나가 생각났다 - 박남정 주연의 <새앙쥐 상륙 작전>.

모르겠다. 사실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시각적인 배경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그 디테일이 아주 선명한 것도 아니고.

영화 속에서 최곤이 가수왕을 했던 때는 1988년, <새앙쥐 상륙 작전>이 만들어진 해는 1989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분명 당시의 어떤 정서가 느껴지긴 했나보다. 크게 보면 두가지이다. 첫째, 영화 속 정서가 솔직히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지는 예전 정서라는 것. 둘째, 그럼에도 그 시절이 그립게 느껴지도록 요즘 세상은 매끈하기만 하다는 것. 영화의 이런 만듦새는 이준익, 안성기, 박중훈의 힘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2 음악과 소리

영화를 중간쯤 보다가 '방준석 (복숭아 프로젝트)의 음악이 영화를 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금은 강한 개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건 록음악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결국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도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니 그 예전의 정서를 떠올리게 만드는 건 방준석의 음악이다. (영화 후반에 자신의 밴드 시절 명곡 '지울 수 없는 너'를 살짝 틀어주는 센스도 재밌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 두가지. 첫째, 안성기의 발성이 아쉽다는 것.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조금 답답하고 힘없는 목소리 톤이 아쉽다. 둘째, 좀 유치하다고 느끼면서도 영화를 가깝게 느끼기 시작한 건 다방에 근무하는 김양이 자신의 엄마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좀 뻔한 듯 하면서도 신파로 느껴지지 않는 묘한 느낌.


안녕하세요? 저는 요 앞 터미널 바로 건너편 터미널 다방에 근무하는 김양입니다.
저, 먼저… 평소 터미널 다방을 이용해주시는 손님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
세탁소 김사장님하고 철물점 박사장님, 이번 달에는 외상값 꼭 갚아주세요.
김사장님 4만7천원이구요,
철물점 박사장님… 맨날 쌍화차 드셔서 좀 많은데…
10만4천원인데 4천원 까고 10만원만 받을게요.
안 갚으시면 제 월급에서 까지는 거 아시죠?

엄마, 나 선옥인데… 나 방송 출연했거든. 엄마, 잘 있지?
엄마, 비 오네. 엄마, 기억 나? 나 집 나오던 날도 비 왔는데.
엄마, 알어?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 때는 내가 엄마를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집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세상 사람들 다 밉고, 엄마만 안 미웠어…
그래서 내가 미웠어. 엄마, 나 내가 너무 미워서… 좀 막 살았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더 미워.
엄마, 나 비 오면 엄마가 해주던 부침개 해보거든.
근데 엄마가 해 주던 것처럼 맛있게 안 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잘 안 돼.
엄마,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영화 <라디오 스타> 김양의 대사 중

3 가수, 노래, 뮤직비디오

그나저나 박중훈이 연기한 최곤이라는 인물은 누굴 모델로 했을까? 추석을 세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진행을 하고 있었다. 바로 전영록. 문득 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영화 속 최곤처럼 사고치고 다녔을 것 같다는 뜻이 아니라 박중훈(이 연기한 최곤)과 전영록 사이에는 시대적으로 무언가 연결되는 정서 같은 게 있다고 느껴졌다는 것. 그러고 보니 노래 속 목소리 톤도 비슷한 것 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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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 박중훈


연주, 노래 : 노브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