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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world/mass media

변두리 잡담: 조이라이드와 쥐새끼, 그리고 상징

윤서인이라는 만화가가 연재하는 야후!코리아조이라이드는 논란이 많기로 유명하죠. 원사운드와 붙어서 벌었던 키보드 배틀이나 클리앙 자작 사건 같은 경우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공공연한 비밀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일논쟁, 성상품화 정도로 몇몇 논란만 있나 싶은 정도랄까요?

하지만 이번에 소녀시대를 패러디 대상으로 해서 "숙녀시대 과거사진" 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592화의 경우에는 일이 좀 커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 SM에서 윤서인을 고소할 것 같기 때문이죠. 만화가 윤서인은 낌새를 챘는지 여타 친일논란, 성상품화 논란이 됐던 다른 만화에서와는 다르게 592화가 올려져 있던 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립니다. 이미지 파일을 교체한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SM 측의 공세가 꺾이지 않자 아예 새로운 페이지 (609화가 올라올 공간)에 새로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합니다.

뭐랄까...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 잘 살펴보고 있다가 그 강도에 따라서 사과를 하는 일종의 맞춤형 사과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진상을 피워야 사용료 면제를 해주는 통신사들의 전략?) 예전의 수많은 논란들에는 대부분 그냥 무시하고 '억울한 건 나다'라는 포지션을 견지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만화가 윤서인이 사과를 하지 않거나 짧막한 사과로 넘어가려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사진', '떡치는 사진'이라는 표현이 중의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과문에서 밝혔듯이 (사과문에서 조차 사과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먼저 언급하는 센스를 보이긴 했지만) 낚시성 게시물과 기사가 씁쓸해서 그것을 비꼬아 그려본 만화인데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이미 수많은 네티즌 혹은 오프라인의 사람들 머리 속에는 떡친다는 표현이 성적인 의미를 가장 크게 내포하고 있다고 여기는 시대가 된 듯 합니다. 실제로 각종 유머 사이트에서 떡치는 소리라는 소재를 유머로, 유머의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죠. 맞습니다. 지금은 성적인(sexual) 감수성이 넘쳐나는 시대죠.

'떡친다'는 표현이 성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건 윤서인도 당연히 알았을 거예요. 제가 궁금한 건 이겁니다 - 얼굴도 비슷하게 그리고 섹시한 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조이라이드의 주인공 캐릭터가 부러워하는 대사를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저 만화가 진정 낚시성 기사를 풍자하기 위한 의도로 읽히길 원한 건가... 하는 거죠. 저는 이해가 잘 안되요. 스스로 빠져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모두 막아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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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저는 mb 치하에서의 쥐 혹은 쥐새끼라는 표현 방식이 이번 표현 논란과 정반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죠.

얼마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시청 앞 시민분향소를 강제철거하고 노 대통령의 영정을 탈추한 서정갑이 연세대학교총동문회에 의해 "2009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으로 뽑혔을 때 서정갑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연세인 일동은 한겨레에 광고를 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표현이 있어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습니다만, 쥐구멍에는 쥐새끼가 웅크리고 있어 그도 저도 못해 참담한 심정입니다.

저 쥐새끼는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아니 누굴 가리키는 걸까요? 공공연한 비밀인가요? 아니면 비밀도 아닌가요? 시대가 시대인지라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죠.

어떤 편에 있는 사람들은 저 표현을 통쾌하게 생각하고 어떤 편에 있는 사람들은 저 표현을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그냥 쥐새끼라는 단순한 표현일 뿐인데 말이죠.

신기하죠. 누구도 말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현실이요. 이 경우는 의도도 분명하고 효과도 분명하죠. 하지만 '분명한 표현'이란 존재하지 않죠. 심지어 주어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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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인의 경우 본인 스스로는 딱 잡아떼고 '나는 그냥 낚시성 게시물과 기사가 싫었다. 풍자하고 싶었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중의적인 표현만 썼을 뿐이지 대사에 정확한 의미를 밝히지 않았으니까 말이죠. 이를테면 이런 거죠. "동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 떡친다고 한 건데. 야한 놈들 머리 속에는 야한 생각 밖에 없지. 쯧쯧쯧"

하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그 동안 윤서인이 그려온 만화들이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가 그린 그림들의 썸네일을 편집한 것이 있더군요. 낚시성 기사를 풍자하고 싶었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거죠.



만약 592화가 정말 기존 게시물이나 기사의 낚시질을 풍자하고 싶었다면 조이라이드의 주인공 (흰색 후드티를 뒤집어 쓴 캐릭터)의 대사가 180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이거 왠지 장원급제 하고 싶어지는 걸... => 이거 왠지 완전히 낚인 기분이 드는 걸...
감독관으로 가고 싶... => 나도 기자하고 싶...
오오... 이것도 좋은데... => 오오... 낚시실력 좋은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창작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만화의 주인공이 섹시함과 성적코드에 감탄하고 부러워하지만 창작자의 의도는 그것과는 정반대다..." 이렇게 해석해 달라고 요청하면 저 같은 수준 낮은 사람은 '뭥미?' 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