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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아메리칸 갱스터 - 미국식 자본주의 혹은 그들의 방식


대담하기도 하지. 제목을 봐. 아메리칸 갱스터야. 이건 거의 일반명사급이잖아. 도대체 얼마나 자신이 있었길래 제목을 아메리칸 갱스터라고 지었을까. 솔직히 갱스 오브 뉴욕은 좀 픽셔널한 느낌이라도 났는데, 이건 그냥 시사 잡지 기사 제목 같아.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 좋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제목 잘 지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제목처럼, 영화는 여느 전기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인물과 사건을 천천히 따라가. 마지막의 액션신이 여느 헐리우드 액션 영화같은 역동성을 주지만 그 외에는 차분하고 섬세하게 흑인 갱스터 프랭크 루카스 (덴젤 워싱턴 분)와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강직한 형사 리치 로버츠 (러셀 크로 분)의 활약상(?)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거든.

이탈리안 마피아나 홍콩의 삼합회에서 보다시피 여느 갱들은 조직을 경영하고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에 덧붙여 자본주의의 천국에 사는 미국의 갱스터들은 브랜드를 앞세워 수익 활동을 시작한다는 거야. 도매로 순도 높은 마약을 들여와서 블루 매직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파는 거지. 정말 대단하지?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놀라웠던 건 마지막 결말이야.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넣는 마약을 팔아 자기 가족을 부유하게 먹여 살리고 기반을 잡아 세를 확장하는 프랭크가 미국식 패밀리즘을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자기 일을 하느라 - 물론 '적당히' 바람도 피면서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워커홀릭으로 그려지는 리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 하긴, 집단 이기주의나 개인주의가 미국만의 이슈는 아니지만 말이지.

하지만 이렇게 극적인 사건은, 혹은 사실적인 극은 의도야 어떻든 간에 현실을 반영하게 되는 것 같아. 미국이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사실이나 거짓말과 의혹투성이의 인물이 경제만 살리면 되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이 영화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잖아.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오늘날의 여러 나라 정세와도 비슷하고. 그러고 보면 신기한 버디무비야.

리들리 스콧 감독은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작품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도 하고, 스타일도 상당히 다르기도 하지. 솔직히 <에일리언>, <델마와 루이스>, <지아이 제인>, <글라디에이터>, <한니발>, <매치스틱 맨> 등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찾는 건 솔직히 힘든 것 같아. 아마도 그 이유는 감독은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지 않기 때문일 거야.

이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르는데, 우리나라 감독들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야 대접받는 것 같다는 사실과 반면 우리나라 가요계는 싱어송 라이터는 멸종 위기의 희귀종이라는 사실.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반. 총질하고 주먹질하는 액션씬 없는 갱스터 영화도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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