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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10년 전 그 때!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의장 이한구)는 21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의)지난 10년간은 경제.집값.실업.교육.안보.헌법대란 등 '육란(六亂)시대'였다"고 주장했다. 당 정책위는 이날 '잃어버린 10년, 신고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육란시대'의 근거로 ▶양극화 심화 ▶세금폭탄 ▶부동산가격 폭등 ▶공교육 붕괴 ▶언론탄압 ▶청년실업 급증 ▶대북 퍼주기를 들었다.

출처 : 중앙일보 - 지난 10년 경제·집값·실업·교육·안보·헌법 `6란 시대`

한나라당은 저런 이유로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문득 한나라당이 집권하던 10년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신문박물관에서 10년 전 (1997년) 10대 사건 중 1위부터 5위까지를 한번 살펴봤어요.

동아일보가 뽑은 1997년의 10대 사건 중 1위부터 5위 (출처 : 신문박물관)

1. 한보 특혜대출 비리사건
한보특혜대출 비리사건은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사회의 온갖 병폐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 부자와 정총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홍인길(洪仁吉)의원 등 정치인 5명, 전 현직 은행장 3명이 구속되고 전 현직 의원 등 정치인 8명이 불구속기소됐다.

2. 대통령 차남 현철씨 구속
인사개입과 국정농단으로 지탄을 받아온 현직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5월 구속됐다. 동문 기업인들에게서 60여억원을 받고 세무조사 중단 등을 부탁해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현철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뒤 2심 재판부의 보석결정으로 풀려났다.

3. KEDO, 北(북)경수로 착공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 부지 정지공사가 8월19일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착공됐다. 이와 함께 총 공사비가 51억7천8백50만 달러로 확정됐으나 비용 분담비율을 둘러싼 한미일 협상은 미국이 한 푼도 못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4. IMF [경제 신탁통치] 시대
1월 한보 부도로 시작된 경제대란이 전례 없는 기업부도와 금융위기 끝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신청, 즉 사실상의 국가부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종합주가지수는 3백선까지 떨어졌고 환율은 달러당 2천원대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아시아의 용이 지렁이로 변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5. 金(김)-盧(노) 前(전)대통령 사면석방
「12.12」와 「5.18」사건, 비자금사건으로 2년여동안 구속수감 중이던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이 12월22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당선자가 만난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먼저 사면의사를 밝히고 김당선자가 동의해 이뤄졌다.

한나라당은 육란 어쩌고 하면서 지난 10년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저 10년 전이 더 그리운가 봅니다.

정경유착에, 대통령 아들이 구속되고, 우방과의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으며, 급기야는 대한민국 경제를 산산이 무너뜨렸으며, 시민에게 총칼을 겨눴던 사람들을 사면시켰던 때가 말이죠. 아직 해먹을 게 더 남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그나마 동아일보가 뽑아서 IMF가 4위이지, 국민 정서로 따지면 IMF가 1위일 겁니다.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패거리가 10년도 안되서 이리도 큰 소리치는 걸 보면 정말 세상이 좋아지긴 좋아졌나봐요.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아니, 이제 그들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무섭다는 말도 못하겠어요. 한나라당 출신 경제 대통령이요? 에이, 농담이겠지요.

p.s. 혹시 이게 10년 전, 즉 1997년에 일어난 안 좋은 사건 1위 ~ 5위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에요. 8위에 월드컵 본선 4회연속 진출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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