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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을 보고

어느 정도 정리되고 넘어갈 줄 알았던 타블로 떡밥이 공중파에서 시전되더군요. 이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이고, 그만큼 막바지에 온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방송 본 김에 이러쿵 저러쿵 글을 쓰다가 다 지웠는데 지운 부분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도 이렇게 떡밥을 무는군요 =.=)

  • 나는 타블로 온라인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좀 즐기는 편이었음
    • 이유1 : 원래 음모론, 미스테리, 스릴러 좋아함
    • 이유2 : 쉽게 끝나지 않고 몇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됨
      • 이상하다, 원래 이런 건 대충 끝나는데 => 음모론적인 호기심 발동
    • 이유3 : 이걸 알게 된 당시 유행했던 두덕리 온라인과 오버랩

어느날 저녁, 주루룩 관련 글들을 읽어봤는데, 타진요로 대표되는 사람들과 타블로의 대결은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한번의 공격, 한번의 방어 수준으로 진행되더군요. 타진요 쪽은 하나의 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다가 타블로 쪽이 해명을 하면 다른 것을 잡고 늘어집니다. 집요하더군요. 그러니까 결론을 정해놓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정치검사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와중에 가족들의 학력, 경력이 도마에 올라 초토화되기까지 이르렀죠. 졸업을 했네 안했네, 문단에 등단을 했네 안했네, 유령회사네 어쩌네 하면서 정말 한 가족이 (인터넷 상에서) 집단 린치를 당하게 되죠. 그 와중에 가족들의 경력에도 이상한 사실이 밝혀져버리는 바람에(?) 쉽사리 잠재울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어쨌든 이 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미 좋은 이야기를 적어주셨으니 그 글들을 읽으시면 될테고, 제가 느꼈던 건 두 가지예요.



미디어의 권력인가, 알아서 기는 건가

제가 방송을 보며 놀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타블로가 '방송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혼난다' 라고 하는 장면이었죠.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이어서 한국의 그 수직적인 문화에 익숙해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타블로가 (제가 생각하기에 그랬다는 거죠) 너무나 자연스럽게 '혼난다'는 표현을 쓰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요즘의 예능 프로는 리얼을 표방(만)하는 추세라 진짜와 거짓이 더욱 뒤섞인 형태의 포맷들이 많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예능 프로에서 재밌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다 짤려서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면 몰라도 (물론 이런 표현도 나오긴 했습니다), 혼난다니… 미성년자도 아니고, 대형 소속사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 아이돌도 아니고, 그래도 나름 사회비판적인 힙합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애들 인기를 얻는 사람인데…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논하는 자리도 아니고, 사회적인 책임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아닌, 그냥 잡담하고 떠드는 연예 프로 녹화장에서 혼난다니요…

자연스럽게 나온 말인 것 같아 더 놀랐어요. '아, 유명세가 필요한 사람들 (뭐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그렇겠죠)에게 있어 방송에 출연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가 보다.' 싶기도 하고, '권력 관계가 PD, 당대스타, 기자 등등 어떻게든 서로 물려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미디어의 헛다리 짚기

방송을 보면서 결국 이런 논란을 만든 건 미디어의 책임이 제1순위가 아닌가 싶었어요. 그게 거짓말이어도 관계없으니 일단 재밌고 자극적인 내용을 유도하는 예능 프로든, 온갖 논란이 될 만한 용어들을 섞어가며 낚시질을 하는 신문 기사든 말이죠.

사실 이번 방송도 뭔가 제대로 밝혀내야 할 것들은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변죽만 울려대다가 끝나더군요. 재학시절 샌드위치를 파는 알바를 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든가, 학과 사무실(?) 직원과의 친분을 보여준다든가, 1년에 60-70곡씩 만들어내는 천재성을 부각한다든가 하면서 말이죠. 차라리 그런 변죽이라면 대학 때 같은 수업 들었던 동기나 친한 동기들 인터뷰 따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저처럼 잠깐 흥미를 가지고 봤던 사람들도 단순히 스탠포드 졸업 유무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국적 취득이라든지, 허언증이라든지, 학력 우선 풍조 등등 좀 여러 가지가 뒤섞여있잖아요) 그냥 한쪽은 상식이 결여된 찌질이들, 한쪽은 명문대 나온 피해자로 세팅한 후 스탠포드 대학 가서 엉뚱한 인터뷰만 하다가 방송이 끝나니 허탈하더군요.



이게 다 인터넷의 책임?

그런데, 타블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게 과연 인터넷 (네티즌)만의 탓일까요? 타블로의 학력에 열폭해서… 그러니까 유인촌 장관이 언젠가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을 조롱한 사람들이 다 백수여서… 뭐 단순히 이런 걸까요?

(물론 그네들이 마녀사냥 하듯이, 그리고 정치 검사가 결과를 맞춰놓고 수사 하듯이 계속 논점을 옮겨다니며 파고드는 건 사실입니다. 무섭도록 작정한 건 맞죠.)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은 증거를 신문과 방송에서 그가 이야기한 내용에 의거해서 내놓고 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요즘의 예능 프로와 신문에서 연예인들이 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짜고 치는 건지 불분명할 때가 많습니다. 제일 처음 그걸 걸러줘야 하는 건 누구일까요? 그래도 방송관계자들이, 기자들이 걸러주거나 사실을 바로잡거나, 원색적인 언론들에 대해 우선 비판하거나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들 자기네 방송과 기사에 이용은 했는데, 나중에 이렇게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드러나서 '야, 너 이거 이상해' 이러며 돌을 던지는데, 정작 언론은 조용히 있거나, '돌 던지는 건 나빠'라고 하며 변죽만 울리고 있습니다. 보통은 '야, 너네가 오해하는 거야. 우리가 방송에서 신문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건 그냥 인기 좀 끌어볼려고 한 거야. 그러니까 오해 푸삼-' 정도 이야기는 먼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전 무서운 게 MBC라는 공중파가 이렇게 방송을 해버린 이상, 타블로는 거짓말쟁이면 안되게 되어버렸습니다. 만약 그의 말에 거짓이 발견되고 무언가 문제가 남아있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무차별 사냥은 정당성을 부여받게 될테니까요. 이러한 폭력적인 접근이 결과로 인해 타당성을 인정받는다면 이건 하나의 유행이 되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무서운 일이죠.



펙트는 개똥밭에 구르는 진주

이번 일은 학력 컴플렉스, 학력 우선주의, 명문 대학 (게다가 해외 명문 대학!)에 대한 환상, 유명인들에 대한 증오, 군대 미필자에 대한 증오, 마녀사냥, 학력 비리, 국내 힙합씬의 표절 만연에 대한 분노 등등 수많은 욕망과 분노가 뒤섞여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대한 샘플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디에도 팩트를 검증하려 드는 언론사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mb가 아침방송에 나와 몇년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포맷으로 눈물을 흘려도 새것처럼 방송을 한다든가, 이번 서울/경기 폭우가 500년만이라고 이야기하는 대통령실 비서관의 이야기에 9월달 강수량으로는 100년만이라고 화답을 한다든가 (심지어 어떤 곳은 그대로 500년만이라고 받아쓰기도 하고) 하는 것들도 역시 검증없이 피상적으로 파악하고 보도하는 것 아닌가요? 이번 건도 마찬가지고요. 팩트는 없고 언플은 난무하죠.

타블로도 더 이상 불필요한 상처는 받지 말고 일이 깨끗이(!) 종결되고 뭔가 기묘하게 얽혀있는 진실도 잘 밝혀지길 바랍니다. 사실이 사실로 밝혀지길 바랄 뿐, 저 또한 앞으로는 이런 일에 대해 재미로 접근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