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것” 이라고 했다? 그렇다. 확실하게. 내가 이 문장을 배신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은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고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과연 그러한가? 그래서 내가 광고에서 뭐라고 말했나? 학.습.목.표 를 확인하라. 바꿔 말하자면 무조건 요령도 없이 무턱대고 몰아세우지 말자.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톱을 보나.
일단 하고싶은 말 다 지껄인 뒤 최종 축약본을 하나 만들겠다. 기자분덜은 서두르지 말고 그때 쯤 기사 쓰시면 좋것다.
:에피타이저
그동안 두들겨 패느라 얼마나들 기쁘셨겠습니까. 신해철 저 놈을 언제 한번 늘씬하게 패야겠는데 당췌 꼬리를 안잡히더란 말이지.
신
해철 얘기가 인터넷 댓글에 달릴 때마다 죽어라고 대마초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거 말고는 별로 꼬투리 잡을게
없어서라는 거지요. 연예인들 한 번씩 거쳐 가는 음주운전도 안 걸려, 스캔들도 없어, 탈세자 명단에도 없어, 매년 터지는 연예계
비리에도 연관 없어, 심지어 연예인 이혼이 홍수를 이루는 와중에 제일 먼저 이혼 할 줄 알았던 놈이 애 둘 낳고 알콩달콩
살아....그러니 씹을 거라고는 15년 전에 벌어진 대마초 사건 밖에 없던 차에, 허, 이놈이 ‘사교육 광고’에 뽈뽈뽈
기어나오네? 오냐 이 새끼 범 국민적 인간 쓰레기를 만들어주마 하고 너도 나도 선정적 제목 붙이기 콘테스트를 열었겄다.
(콘테스트 시상 결과는 별첨)
기도 안차서 실실 웃으며 구경 좀 다녔더니 이제는 아, 이 새끼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나부다 하고 더 지랄들을 떤다. 아, 대꾸하기 귀찮은데...
이왕 쓰는 글이니 아마도 글이 꽤 길 것이다. 난 내 글을 안 읽는 사람보단 대충 발췌 후 편집하는 사람들이 더 재수 없다. 각오하고 읽으시기를.
어떻게하여 신해철은 ‘절라디언’이 되었나
다소 엉뚱하지만 옆구리에서 얘기를 시작하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참 별의별 쓸데없는 얘기들 많다. 여기가 북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도 아닌데 ‘출신성분’ 따지는 글들을 보면 화가 난다기보다는 글쎄, 하품이 나온다.
그런데 어라? ‘신해철, 저 전라디언 새끼...’ 운운하는 글들에 의하면 나는 호남 사람이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전남 보성이란다. ㅋ ㅋ(아마 보성, 벌교 사람들이 이빨이 세다는 이미지 때문인 듯)
글쎄, 나는 전라도 사람들이 싫지 않으니까 내가 ‘전라도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약간의 걸림돌이 있다면. . . 내 고향이 ‘경상북도 대구’라는 ‘사실’ 이다. (결혼하여 분가하면서 본적이 서울로 바뀌긴 했다)
걸
지게 경상도 사투리를 날려대는 6명의 고모 사이에서 자랐어도, 아직도 백명 단위가 훨씬 넘는 친척들이 대구에 살아도, ‘고마
디비 자라’ 라는 문장을 매우 오리지날하게 구사 할 수 있어도, 인터넷에서는, 최소한 그 일부에서는, 나는 ‘전라디언’ 이다.
내
가 전라도 사람이 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많은 고민을 덜어주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왜 노무현을 지지했었는지에서 부터 시작해서
나의 여러 가지 ‘튀는’ 행동들은, 특정한 신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지역적 연고에 의한 응큼한 노림수 내지는 ‘우리가 남이가’
풍의 저차원으로 얼마든지 설명된다.
하긴, ‘불행한 군인 대통령’을 3명이나 연달아 배출한 ‘자랑스런’ 경북
대구 보다는 왠지 이름에서부터 차향기가 풍기는 전남 보성 사람이 되는 것도 (요즘 부쩍 친근감을 느끼는 ‘보성’이다) 나쁘진
않겠다마는, 부모나 고향이란게 바꾼다고 바뀌겠는가.
띠용. 그런데도 ‘편견’은 그 엄연한 사실 까지도 바꿔버린다.
“신해철 그 쉑 전라도 출신이래”
“아하∼∼어쩐지”
게임셋.
“어, 내가 듣기론 그 친구 경상도라던데..”라고 누군가 얘기해도 절대 소용없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편리한 결론이 나온 후엔 귀를 닫아버린다.
그
리하여 나는 ‘제2의 고향’ 보성에서 전라도 사람이 되었고, 우리 아버지는 신중현 선생님이시고, (진짜로 그랬으면 좋은 점도
있긴 하겄다마는 어뜨케 멀쩡한 남의 아부지를 바꾸냐) 나는 또한 재벌2세이기 때문에 현실에 구애 받지 않고 소신 발언을 하는
것이며,(여기서 신중현 선생=재벌 이라는 공식이 성립) 심지어 사탄에게 영혼을 팔아 음악을 한다. 흠, 프로필 빵빵하군.
먼저, 이 질문부터 하겠다. 신해철이 교육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직접’ 들어 본 사람?
거의 없을 것이고, 교육에 관한 나의 견해를 체계적으로 좌악 피력한 적은 한번도 없으니 들었어도 ‘짤막한 토막’들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
사교육에 대해 반대해 온 신해철이..” 라고 하면 어떻게 들리나? 왠지 그럴 것 같지? 자 그럼 다음 문장을 보자. “양심적
병역거부에 강력한 처벌을 주장한 신해철은...” 어떤가, 왠지 신해철이면 이런 얘기는 안 어울리는 이미지지?
불과 몇 개의 발언을 추출하여 황당한 논리적 비약을 첨가하고, 그것을 대중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 위에 뿌리면 사람 하나 바보 만들기는 쉽다.
그리고 인터넷의 속성은, 한 인간의 일생에 걸친 생각과 행동을 불과 3∼4개의 단어(심지어 문장도 아니고)로 마음대로 재단한다.
자, *얼마든지 반박 할 수 있는 발언 추출
*임의 대로 재단하고 갖다 붙임
*황당한 논리적 비약----일방적 결론
*본인의 반박 여지 없이 보도
*오해하고 분노한 여론, 처음부터 ‘오해’ 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여론,옹호론, 동정론 뒤죽 박죽 됨
이리하여 몇몇 매체의 ‘선빵’으로 나는 ‘사교육 절대 반대론자’가 되었다. 고스트스테이션을 8년이나 진행했고 그 많은 증인들과 증거들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신해철 그 쉑 입시교육 비판하더니 사교육 광고 나오네”
“개쉔”
게임셋.
이
대화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사교육=입시교육을 더욱 지옥으로 만드는 절대악’ 이라는 전제가 필요한데, 한 가지 문제는 나는 한
번도 그런 논리에 동의한 바가 없고, 또 한 가지 문제는 나는 공교육의 총체적 난국을 내가 생각해도 과격 할 정도로 비판 해
왔지만(라디오를 통해 8년간!)입시교육 비판은 그러한 공교육 비판의 일부 였지 사교육과는 거의 무관한 얘기였다는 것이다.
그
렇다고 내가 사교육 예찬론자는 아니다. 내 생각에 사교육이란 자동차나 핸드폰 같은 것이다. 필요하면 쓰고 싫으면 안쓰면 되는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공교육은 음식 같은 것이다. 없으면 죽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짜증과 불만은 늘
공교육을 향했다. 이 얘긴 길어지니 뒤편에서 한번 다시 하겠다.
신해철의 ‘언행불일치’를 주장하는 허무한 예들을 몇 개 들어보자.
“자신의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도..”
아니 대가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백지영은 총 맞았지....썰렁...미안하다)이게 사교육 비판으로 보이나? ‘공교육에 대한 과격한 불신’ 이지.
“입시노동을 비판 해온 그가..”
입시노동의 원인이 사교육인가? 0교시 수업에 보충수업에 타율학습을 강요하는 학교는? 자식을 위해서라며 몰아세우는 부모는? 학력만능의 사회 분위기는?
내가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것” 이라고 했다? 그렇다. 확실하게.
내
가 이 문장을 배신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은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고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과연 그러한가? 그래서 내가 광고에서 뭐라고 말했나? 학.습.목.표 를
확인하라. 바꿔 말하자면 무조건 요령도 없이 무턱대고 몰아세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