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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원한 개구리들

아주 살기좋은 연못에 살면서도 개구리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는데, 그것은 아버지로 느낄 만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었다. 개구리들은 대표단을 제우스 신에게 보내 자기들이 왕을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탄원했다.

개구리들을 밉지 않게 생각한 제우스 신은 커다란 통나무 하나를 연못에 떨어뜨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 통나무가 이제부터 너희들의 통치자이다. 저 통나무를 존경하라. 그러면 너희는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니라. 처음에는 개구리들도 굉장히 기뻤다. 그 통나무가 햇빛을 쪼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많은 애벌레들과 딱정벌레들, 그리고 지렁이들이 통나무 주변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개구리들의 먹이까지 풍성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그 통나무가 전혀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한마디 하지 않으니까 젊은 개구리들은 슬슬 통나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개구리들은 자기네들이 죄를 저질렀는데도 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 때문에 통나무가 오히려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한 번 대표단을 구성해서 제우스 신에게 보내 자기들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기의 조치에 대한 개구리들의 불평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제우스 신은 이들에 대한 응징으로 커다란 물뱀 한 마리를 연못으로 보냈다.

먹성이 엄청나게 좋은 그 물뱀은 닥치는 대로 개구리를 잡아 삼시 세끼를 완전히 개구리 식사로만 때우며 살았다. 그리하여 개구리들은 얼마 안 있어서 물뱀한테 깡그리 소탕되었지만, 모두들 행복하게 잘 죽었더란다.

출처 : 파라독스 이솝 우화 (정신세계사)

일단 능력있는 사람으로 뽑았잖아. 모든 게 노OO 때문에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사람, 비리가 어쩌고 의혹이 어쩌고 해도 일단은 뽑아놓고 보자는 거지. 정직 같은 게 밥 먹여주지 않잖아.

응? 잘 할 것 같아. 능력 좋잖아.

그가 ceo로 있었던 회사는 결국 망했지만 그래도 그는 샐러리맨의 신화잖아. BBK 의혹이 어쩌고 주가조작이 어쩌고 하며 피해자들은 생겼지만 결국 그는 잘 빠져나왔잖아. 그가 방금 말한, 그 말아먹은 회사 다닐 때 챙겼다고 기사까지 나온 그 도곡동 땅 분쟁에서도 결국 조금의 상처도 없이 잘 도망쳤잖아. 어때? 능력 좋~잖아.

이제 우리나라 경제는 저 능력있는 사람이 다 알아서 이끌어 줄 거야. 서민을 위해 턱없이 올라갔던 집값 열심히 안정시키고, 자립형 사립고 같은데 보내기 위해 과외비로 나갈 엄청난 사교육비 같은 거 절감시켜주고, 공교육의 위상도 다시 세워주고, 기업이 노동의 유연성이 어쩌네 비정규직이 어쩌네 하면서 함부로 노동자들을 자르지 않게 해주고, 세금 떼먹는 놈들 다 잡아들이고, 분식회계 하면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열사들 쥐락펴락 하는 기업들 다 정상적으로 만들어 살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어 줄거야.

설마 지금보다 나빠지겠어? 설마 또 IMF 가 오겠어? 설마 우리를 잡아먹기야 하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