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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world/and more

잡담 : 스포츠와 관음증유발자들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하여 에코는 스포츠 자체를 부인하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만약 당신 주위에 섹스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섹스를 구경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암스테르담(사창가)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런 사람을 '관음증 환자'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를 사용한 '놀이(운동)'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관람에만 넋을 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똑같은 환자다.

출처 : 장정일의 독서일기 (노컷뉴스) - 스포츠 잡담가와 관음증 환자

대놓고 친일파에게 지분을 주려는 건지 어떤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광복절의 건국절 타령이니 뭐니 하는 소란이나, 이제는 거리낌없이 아무에게나 쏴질러대는 색소 섞인 물대포, 예전 같으면 시끄러웠을 영부인 언니 게이트의 얼렁뚱땅 종결,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장의 부패 소식,  역시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불법 군납청탁으로 인한 구속 소식이 올림픽 때문에 모두 조용해졌죠.

공중파 3사가 모두 금메달이 걸린 한 종목의 중계만 보여준다든지, 이번 기회에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Don't Stop Me NowI Was Born To Love You를 팔아 열심히 광고를 해대는 기업들의 난리를 보면 이중으로 답답해지죠.

2008년 북경 올림픽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사람들이 2mb를 비롯한 정치인들과 몇몇 경제인들이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위와 같은 비유는 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직접 하지 않으면 말을 말어 수준이잖아요.

동네 조기축구회에도 한 번 안나가지만 일년 내내 축구장을 찾는 팬도 있을 것이고, 평생 일기 한 번 쓰지 않지만 일년 내내 책을 읽는 독서광들도 있을 것인데, 직접 하지 않고 구경하면 관음증 환자라는 논리가 조금 불편해요.

저는 올림픽에 그리 열광하지도 않고, 장정일 소설가의 맥락도 이해가 가긴 가지만 저 말은 왠지 타겟이 개인에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인용한 부분의 마지막 단락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자신이 해야만 하는 '행위(의무)'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관람 (볼거리)에만 넋을 빼게 만드는 기업/미디어가 있다면 그 역시 똑같은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