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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world/and more

어느 불성실한 시청자가 본 쇼바이벌 폐지

사실 저는 MBC 쇼바이벌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보지 않을 때도 많았죠. 어느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본 쇼바이벌의 첫인상은 바로 방방 뜨며 오버하는 이영자의 모습이었죠. 저는 평상시에도 이영자라는 진행자에 대해 호감이 적은 편이라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 이영자는 걸출한 진행자이긴 하지만, 전 그녀의 과장이 조금만 줄었으면 좋겠어요. 남자 쪽에서는 강호동이 있죠.

그리고는 그 후에도 여러 번 더 보게 되었습니다. 많이 보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하는 게 웃기는 일일 수도 있지만, 저는 처음에 룰렛으로 노래 부를 사람을 가리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쇼바이벌은 참가자들의 특성상 적어도 SBS의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나 진실게임처럼 대놓고 출연자들의 퍼포먼스를 즐기며 한바탕 쇼로 즐겁게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대놓고 아마추어들이 나와서 경연을 하는 거라면 룰 자체가 절반의 운, 절반의 실력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건 음반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해 뭍혀버린 능력있는 신인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예를 들어 아빠의 도전이나 우리말 겨루기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이 도전과제에 성공하거나 1위를 하면 즐거워하는 반면, 쇼바이벌에서는 살아남거나 1등을 하면 울더군요. 감정의 정도가 다른 거죠. 그런 사람들을 데려다가 룰렛을 해서 출연기회를 주다니, 이건 현실보다 더 잔인한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닥 정이 가지는 않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시청률 때문에 폐지가 된다고 하니 그리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사실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음악적인 면이 더 강조되기도 하고 진지한 모습들도 많이 보여줬는데 이렇게 폐지가 되다니 참 아쉽습니다. 저도 제법 근사한 공연을 몇 차례 본 기억이 나거든요.

쇼바이벌은 제목 그대로 한바탕 쇼와 같은 가벼운 버라이어티와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침몰했습니다. 버터 냄새 진한 아메리칸 아이돌에 된장찌개 같은 구수한 전국 노래자랑의 믹스쳐가 시청률의 벽을 넘지 못한 거죠.

실력을 갖추고도 기회가 없어 인기를 얻지 못한 뮤지션들에게 기회를 주던 프로그램이 역시 인기 (시청률)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가 되니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몇몇 팀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박하게나마 얼굴과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기에는 방영횟수가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출연자들과 양희은, 인순이가 함께 한 공연은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인순이와 VOS가 '친구여'를 부르는 장면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수없이 들었던 그 가사가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게다가 VOS가 직접 쓴 듯한 랩은 음악적으로만 따지면 단순하고 별로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슬펐어요.



VOS feat. 인순이 - 친구여 (쇼바이벌 2007. 07. 13)

Yeah how hottest track of the year
You know what time is it right now right here? yo
Ok cuz I'm back again yeah once again
it's VOS time once again
I'm back again yeah once again
with 인순이 on top again
I'm back again yeah once again
come on

우리들의 얘기로만 긴긴 밤이 지나도록
When the time is alright
It's way to survive
기다려 hold on
사랑들은 하고 있나 많은 것을 약속했나
힘들어도 try 포기하지 말아
it will be alright alright

친구여 여기 함께 모여
모두 같이 소리 질러봐
Say ho say ho ho
ok 준비됐으면 yo 손을 머리 위로
yes feel it right now
ha 모두 함께 right now

can you feel it? can you feel it?
음악에 몸을 맡겨봐
모두 함께 하는 순간
우리 하나 되는 시간
지금부터 다시 시작
let's feel it hit mine right now
멀리 질러 함께 right now
come on

우리들의 얘기로만 긴긴 밤이 지나도록
When your spirit is alright
It's way to survive
기다려 hold on
그런다면 eventually
Gonna stand on your own feet
힘들어도 try 포기 말아
It will be alright alright

이제 나 지쳐가도 음악이 있어 행복하리요
이제 나 쓰러져도 무대가 있어 행복하리요
이제 나 지쳐가도 음악이 있어 행복하리요
이제 나 쓰러져도 일어설 수 있어 let's go
다시 노래할 수 있어
come on

여러분 인순이 VOS let's party
인생 끝날 때까지

우리들의 얘기로만 긴긴 밤이 지나도록
세월이 지나도 변치 말자고 약속했잖아
영원토록 변치않는 그런 믿음 간직할래
세월이 지나서 다 변해도 변치않는 건 하나

이젠 뭘 하더라도 그 시절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가끔 전화를 해보시오
이젠 뭘 하더라도 그때와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우리의 추억을 기억해줘

이젠 뭘 하더라도 그 시절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가끔 전화를 해보시오
이젠 뭘 하더라도 그때와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우리의 추억을 기억해줘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