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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짧게: 절반 (~14회)까지 보고 난 후의 하얀거탑

여기저기 원작과의 관계라든지 등장인물의 성격에 관한 글들은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략하고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만.

하나

이 드라마의 음악은 그야 말로 꽝이다. 작곡이나 편곡의 문제가 아니라 그 쓰임새가 엉망이다. 원래 사운드트랙이란 게 영상이 주는 힘을 극대화하거나 영상 이외에 추가로 의미들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의 쓰임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이다.

솔직히 인물의 테마도 아니고 특정한 상황에만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도 두 세 개의 곡을 끊임없이 재활용하며 사용하는 건 그렇다 쳐도, 한두 번도 아니고 극의 흐름과 정반대로 사용되거나 극의 흐름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으로 사용된 음악에 대해서는 차마 다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몇몇 사례를 적으려다가 패스. 아마 여러 곳에서 구체적인 글들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드라마가 호응이 좋아 DVD로도 제작되지 않을까 싶은데, 만약 저 트랙들 그대로 실린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나 반

음악이 튀는 곳은 엉뚱하게도 이 드라마에서 빈번히 쓰이는 트랙들은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삽입곡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은 김종학 프로덕션, 바로 '바람의 나라'를 표절했다는 시비로 시끄러운 '태왕사신기'라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이다.



내용상 최도영 의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도 능력 좋고 성격 좋은 "엄마 친구 아들" 수준의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인물로 표현되어서가 그 첫째 이유이다 (하지만 배우 이선균은 좋아한다 ^^).

그런데, 장준혁이라는 친구를 그리 잘 안다면 수술 부탁을 한 후에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자기가 직접 검사를 하면 되지 않았을까? 수술을 부탁할 때는 장준혁을 소신있게 명분으로 밀어붙여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더니 일이 시작되고 나니 장준혁이 자기 말을 안들어도 그냥 말만 하고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잖아. 완전 자기 맘대로다. 환자를 그렇게 위한다면 처음 자기 손에 있을 때부터 주장을 확실히 해야지! 아유, 얄미워.

둘 반

흠… 그러고 보면 장준혁이나 최도영이나 둘 다 상대방 말 안듣는 독불장군이다. 하긴, 그러다보니 친구가 된 걸까?



14회에서 환자측의 변호를 맡은 인권 변호사가 염동일 의사를 심문할 때 뒤를 보라며 울고 있는 미망인의 얼굴을 보게 한 후 진실을 말해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을 보고는 헛웃음이 났다.

아니, 변호사가 증거와 자료, 논리로 상대편을 압도하고 승부해야지 어디 상대편 증인을 두고 진실과 인정에 호소하는가! 김훈 변호사는 당장 과학 심문하라!

이거야 원, 매번 죄지은 정치인들 쏙쏙 빠져나가도록 엉성한 질문만 하는 청문회를 보는 것도 아니고.



장준혁에게 맨날 밀리다가 과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주완 (이정길 분)이 마치 처음부터 정의의 사도인 것 마냥 슬슬 변하는 모습이 재밌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뿐이지 여전히 장준혁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는 그의 캐릭터는 정말 "영국신사"이다. 걔네도 원래 좀 그러잖아.

다섯

정말 철없는 시민운동가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이주완의 딸 이윤진 (송선미 분)도 재밌는(?) 캐릭터이다. 원래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이 우향 우 되어있기는 하지만, 작가든 감독이든 안티 시민운동가가 아닌가 싶다.

여섯

가장 큰 의문. 이제까지 방영된 부분을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이제까지의 내용이란 게 장준혁이라는 출세욕 강하고 본업에는 불성실한 (그것도 현재 바람피는 중인), 하지만 실력으로 자수성가한 의사라는 개인을 조직에서 찍어내고 있는 과정이다. 이주환도 그렇고, 변호사도 그렇고. 마치 선이 그 정체가 모호한 악을 물리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장준혁이 과연 그런 존재일까? 그런 의사를 없애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시스템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 억울한 인물들 편에 서서 강자들을 향해 자신들이 '진실'이고, '선'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게 바로 위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도 드라마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정도로 충분히 적당한 듯 싶은데, 환자와 인권변호사를 묘사하는 연출을 보고 있노라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선악의 구분을 하라고 강요하는 듯 해 보인다.

일곱

이쯤되면 내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나온다. 위의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선 굵은 연기라는 게 잘 어울리는 의사 장준혁 역의 김명민, 솔직히 이 드라마는 김명민의 불안한 눈매 때문에 본다. (하나 더 있다면 그건 바로 김창완 아저씨.)

하지만 드라마 내내 자꾸 장준혁을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미 지나친 듯 하다. 자꾸 장준혁의 모난 성격을 부각시키거나 굳이 어머니 이야기까지 끌어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오버한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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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하얀거탑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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