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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영어마을 다녀온 소감

예전에 헤이리를 처음 갔을 때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의 건설이 한창이었다. 물론, 당연히 당시엔 들어가보지는 못했고.

영어마을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참 갈 때까지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아니, 여기저기 개발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한국어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 영어 교육을 위한 개발이라니.

얼마 전, 정확히 말하면 지난 달에 누나 가족들과 함께 (당연히 조카들도 함께) 다녀왔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느낀 생각은 처음의 그 '어처구니없음'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마을'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활과의 밀접함'과는 달리 영어마을은 일종의 테마파크 수준이었다. 이를테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는 놀이기구가 테마고, 코엑스의 지하상가를 메가박스 중심으로 바라보면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영어마을은 단순히 영어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볼 수 있었다.

한메타자의 베네치아 게임. 타자교육과 게임의 절묘한 조화!


아이들이 보는 비디오의 상당수는 에듀테인먼트라는 목적으로 개발된지 오래이고, 적지 않은 컴퓨터 게임도 교육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영어를 테마로한 공원이라고 안될게 있겠어?' 싶었다고나 할까? 그냥 놀러가듯 가는 그런 놀이공원 하나가 파주 어디쯤엔가 생긴 것 뿐이라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가본 후에 이렇게 '어느 정도 편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생각보다 영어라는 테마가 너무 설렁설렁하게 적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홍보와는 사뭇 다르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영어마을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자마자 있는 첫번째 편의점에 한국인 점원이 있었다. 당연히 한국말로 계산이 가능하다.

- 영어마을 내에서 영어를 몰라도 (사용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한국인 스텝도 볼 수 있고, 한글도 보이고. 물론 돈 내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 영어마을의 설립목적은 사실 외국인과의 만남에 자신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영어마을 내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건 참 힘든 일이었다. (외모 쳐다보러 간 건 당연히 아니니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돈내면 되긴 된다. 흠... '이태원은 성인풍이라 아이들용 장소를 만든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 부가적 목적이라면 미국식 혹은 몇몇 강대국식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한 것도 있을 듯한데 (아닌가?) 대부분의 외국인 스텝들의 발음이 미국식이나 영국식이 아니었다. 하긴, '저렴한 가격에,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국인들을 고용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즉, 영어라는 테마가 참으로 약하게 느껴졌다는 거다. 나쁘게 말하면 장사 대충하는 거다. 만약 에버랜드의 놀이기구가 큰 재미가 없다면 장사가 잘 될까? 메가박스의 관람 시설이 좋지 않다면 사람들이 많이 갈까?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영어(교육)를 테마로 한 영어마을은 에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교육은 타이트하게 적용한다고 해서 즐거움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렁설렁하게 풀어놓으면 그 곳을 애써 유료로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고.

하지만, 유행은 유행인지라 한동안 장사는 괜찮을 듯 싶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주말 장사 분위기였지만 그건 초창기니까 그런 걸테고, 학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잘 되서 소풍 가듯이 단체로 1-2박씩 묵는 게 근처 각 학교마다 유행이 되면 대박도 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건 좀, 상당히 오바스러울 뿐이다.


앞으론 어떤 테마파크들이 생길까? 5년 후엔 중국어마을? 중고등학생들에게 그들의 목표(대학합격!)를 실감시켜주기 위한 대학체험 테마파크? (출산율 향상을 위한) 젊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의 기쁨 체험 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