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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이동 중에 하는 잡담: 미디어, 소액결제

뉴욕 타임즈가 폐간 위기에 처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아도 기성 언론의 위기가 명확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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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가 많겠지만 조금 다른 쪽에서 접근해 본다면 신문사들이 온라인에서 고전하게 된 이유는 결제방식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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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유치하긴 하지만 500원 짜리 신문 한 부에 100개의 기사가 실린다면 - 그걸 온라인에서의 행위로 치환한다면 기사 1개에 도토리 0.05개를 지불하는 것이다. 모든 기사를 샅샅히 보는 경우는 드무니 관심있는 기사만 친다고 해도 기사 1개에 50원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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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온라인에서 가치있는 컨텐츠를 구매하려고 하는 사용자가 있다고 할 때 그가 50원을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은? 100원을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런 방법이 존재한가? (왜 낱개로 지불해야 하는지는 조금 더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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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 나라를 근거지로 하는 오프라인 언론사의 경우 유료 기사는 동일한 화폐 기준으로 값이 정해져 있다. 일간지 한 부는 500원, 주간지는 2,000원, 씨네21은 3,000원, 필름2.0은 1,000원... (아... 필름2.0은 현재 정간 중...)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가 신문을 살 때 지갑을 확인하고 돈이 있다, 없다만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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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내가 구매한 싸이월드 도토리로 경향신문 컨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넷마블 코인으로 시사인 컨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국경도 없는 온라인 서비스들은 사실 사이트 하나 하나가 일종의 국가다. 그것도 서로 화폐가 교환되지 않는 고립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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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를 만들어 코믹에 나가면 관람객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한 부당 오천원, 만원... 즉 오프라인에서는 개인이라도 인기있으면 팔린다. 컨텐츠를 만들어 나가면 팔 수 있다.

(우리나라는 좀 예외지만) 길거리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준다. 사람들에게 작은 유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면 사람들은 그 대가를 푼돈 (동전)으로 대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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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는 조건이 까다롭다. 오프라인 거래처럼 개인도 회사도 주머니 속 동전들 만큼의 금액을 쉽게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각종 액티브엑스를 설치하고, 인증서를 발급받거나, 심지어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거나...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판매도 마찬가지다. 길에서 껌을 파는 정도로 자신의 매체에 - 신문 사이트에, 블로그에 쉽게 결제 시스템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수수료도 만만치 않고, 그 조건 또한 까다롭다. 보통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껌조차 파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오프라인과는 또다른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생산량이 규모 이상이어야 이윤 활동이 가능한 반면, 온라인은 결제금액이 규모 이상이어야 이윤 활동이 가능해진다.

무슨 서비스든 간에 소비자 대상 판매 (소매, b2c) 온라인 서비스는 소비자로부터 적어도 한 번에 1,000원 이상은 받아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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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은 돈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미디어는 소비자들의 푼돈과 기업들의 광고비를 통해 운영이 되어왔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져 버려 그것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의미있던 형식 - 배포 방식, 레이아웃, 타이포, 디자인, 배치 순서 등은 포털 제공과 rss, 매시업으로 모조리 해체되어 버리고 남은 것은 단순히 텍스트와 단절된 의미로 파편화된 낱개의 기사들 뿐이어서 (이 마저도 다른 매체에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만 소비된다.) 도무지 소비자들과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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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미디어는 배포권을 강화하고 내용에 걸맞는 형식미를 유지하여 소비자들에게 '완결된 의미로서의 가치'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주머니 속의 동전을 꺼내 껌을 사먹는 것만큼이나 쉽게'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시업과 포털, 결제의 제약이 있는 한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