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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이동 중에 하는 잡담: 경험담

KBS 개콘 달인 코너에서 김병만은 가지각색의 달인으로 분해 이렇게 외친다.

해봤어요?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각종 합성사진이나 '내가 왕년에-' 의 뉘앙스로 시작하는 얼토당토 하지 않는 근거를 들이밀며 자신이 그 분야의 달인이라고 우기는 그 억지가 이 코너의 웃음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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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는 말에 웃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3가지 생각들.

첫째, 경험하지 않아도 말을 할 수 있다.
둘째, 요즘 인터넷에는 경험하지도 않고 세상을 다 아는 척 하는 사짜 전문가들이 많다.
셋째, 자신의 경험으로 남을 재단하는 것은 일종의 언어 폭력이다.

하지만 달인은 스스로 모자람을 외모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의 말이 폭력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코미디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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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댓글란의 전설의 인물 99ruma는 사실 이 분야의 진정한 달인이(었)다. 각각의 뉴스마다 수백가지의 직업을 체험해봤다면서 진정성 있는 말투와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글을 읽다보면 '정말, 세상에, 사실은 저런 사연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니까.

사람들은 근거있어 보이는 예를 믿고 싶어한다. 그게 나의 이야기, 너의 경험, 우리의 삶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라는 도구는 그래서 유용하다. 그래서 소비자 평이 중요하고, 바이럴 마케팅이 유행하고, 소비자의 경험을 모사한 광고, 재현 드라마, 자기 고백하는 TV의 아침 쇼프로, 음악 듣기보다는 사연 읽어주는 FM 라디오 프로그램이 인기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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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인 2mb도 이 경험담 (무용담) 자랑하기 대열에 동참한다.

'내가 왕년에 OOO를 해 본 적이 있는데 ' 류의 말들을 쏟아내며 자신이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는 듯 끊임없이 말한다.

나는 그런 그가 불쌍한데, 사람들이 그의 말을 오죽 믿어주지 않길래 혹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얼마나 논리나 권위가 실리지 않길래 끊임없이 자신이 이런 저런 일들을 해본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왕년에-'로 시작하는 많은 경험담은 대부분 현실성이 없기 마련이다. 현재에도 유효하는 경험이나 지식은 '왕년'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일국의 대통령의 말은 코믹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는 그의 입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말 잘못하면 구속되는 요즘의 대한민국, 사람들의 재밋거리를 위해 몸소 코미디를 보여주는 걸까?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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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살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어느 대통령의 어머니와 매번 자신의 왕년을 들먹이며 국민들이 겪는 아품과 고통을 다 이해하고 있는 줄 착각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대통령과 개그콘서트 속 과장과 거짓말을 구사하는 달인의 코믹함이 떠올라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는 오후가 지나간다.